설악산 남쪽 점봉산(1424m)에 있는 곰배령은 봄, 여름, 가을까지 수많은 야생화가 피고 지는 ‘천상의 화원’이다. 곰이 배를 하늘을 향하고 누워 있는 모양의 곰배령은 사전 예약을 통해 방문할 수 있다.
강원 인제군 설악산의 오월은 생명력 넘치는 푸른 신록의 잔치다. 곰배령과 백담사 계곡에는 도시에서는 벌써 진 야생화와 철쭉이 아직도 그대로 피어 있어 가장 늦게까지 봄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곰배령 정상부에 홀아비바람꽃과 피나물이 별처럼 가득하다.
● 하얀 별처럼 흐드러지게 핀 바람꽃
2011년 12월 종합편성채널 채널A가 개국하면서 가장 처음으로 만든 드라마는 ‘천상의 화원 곰배령’이었다. 아버지(최불암)와 딸(유호정)을 중심으로 서울과 곰배령을 오가며 펼쳐지는 사랑과 갈등, 오해, 미움, 화해로 이어지는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착한 드라마였다. 만일 시즌제로 계속 방영됐다면 ‘전원일기’나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와 같이 농촌이나 전원생활의 향수를 담은 드라마로 장수했을지도 모른다.
드라마는 종영됐지만 배경이 됐던 곰배령의 인기는 해마다 더해 가고 있다. 설악산 남쪽 점봉산(1424m)에 있는 곰배령은 봄, 여름, 가을까지 수많은 야생화가 피고 지는 ‘천상의 화원’이다. 점봉산은 한반도 전체 식물 종의 5분의 1에 이르는 854종이 자생할 정도로 생물다양성이 높아 설악산국립공원(1970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1982년), 산립유전자원보호구역(1987년)에다 백두대간보호지역(2005년)까지 겹쳐 철통처럼 보호된다. 그래서 점봉산은 1987년부터 현재까지 입산 금지구역인데, 이 산 남쪽 자락을 생태 탐방 목적으로 2009년 7월부터 사전 예약을 받아 개방한 구간이 바로 곰배령(1164m)이다.
지난주 곰배령 등산로 입구에서 등록명부를 QR코드로 확인한 후 들어가니 우렁찬 계곡의 물소리가 방문객을 맞는다. 최근에 내린 봄비로 계곡에 가득한 물소리가 시원하다. 왕복 10km 정도의 곰배령은 계곡 주변의 숲길을 따라 넓고 평탄하게 걸어가는 길이라 남녀노소 모두 쉽게 트레킹할 수 있다.
국립공원공단 설악산생태탐사원 이호 운영관리부장
곰배령은 야생화 관찰의 명소이기 때문에 전문가용 DSLR 카메라에 접사렌즈까지 장착한 탐방객이 많다. 키 작은 야생화를 찍기 위해 모두 땅바닥에 주저앉아 휴대전화를 들이댄다. 야생화 탐방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희귀식물을 만날 때마다 감탄하며 반갑게 소리친다. 이들은 꽃 이름을 서로 묻고, 가르쳐주며 자연을 즐긴다.
벌깨덩굴
미나리아재비(버터컵)
얼레지
산괴불주머니
붉은병꽃
쥐오줌풀
홀아비바람꽃
곰배령 정상부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홀아비바람꽃.
● 옥빛 백담계곡에서 ‘Love Yourself’
국립공원공단 설악산생태탐방원
눈잣나무가 새겨진 친환경 나무조각을 이용한 소원등 만들기.
휴대폰으로 찍은 봄밤 설악산 별 사진. (갤럭시노트23 울트라)
백담사 수렴동 계곡길에서 체험하는 노르딕 워킹.
광일 스님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비관적이고, 소극적이고, 의욕이 없고, 아프기 때문에 남도 사랑할 수 없다”며 “남을 사랑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나를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담사 계곡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한계령휴게소.
이 휴게소는 ‘올림픽 주경기장’ ‘공간사옥’ ‘남산 타워호텔’을 설계한 한국 현대 건축 1세대 건축가 김수근(1931~1986)이 1981년에 지은 건축물이다. 설악산의 능선을 따라 그대로 이어진 지붕선이 자연의 풍경에 그대로 녹아들고, 철골조의 구조체에 목재로 마감해 폭설과 강풍, 추위에 견딜 수 있도록 했다. 내부에서는 단차를 이용해 카페와 식당, 기념품숍으로 이어지는 공간을 구획하고, 외부의 넓은 테라스는 한계령의 장엄한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된다.
한계령휴게소 테라스에서 바라본 설악산 칠형제봉 능선.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