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이어 美도 ‘경쟁 위축’ 거론 “자국 항공사 이익 위한 것” 분석도 美-EU-日 심사만 남긴 대한항공 “예상했던 일… 상황 악화 아니다”
뉴시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을 위한 마지막 관문인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심사 통과를 위한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EU에 이어 미국에서도 독과점 우려가 거론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까다로운 심사를 이미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황이 악화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여론이 부정적으로 흐르면 자칫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 출범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18일(현지 시간) 미국 정치 전문 인터넷 매체 폴리티코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행정부가 한국 항공사의 합병을 막고자 소송에 나설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미 법무부(DOJ)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인수를 발표한 2020년 11월부터 2년여 동안 조사를 진행했으며, 두 항공사의 미국행 중복 노선이 합쳐지면 자국 항공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대한항공이 마이크로칩 같은 핵심 상품의 화물 운송에 대한 통제권을 많이 갖게 돼 공급망 탄력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은 현재 미국, EU, 일본 경쟁 당국의 심사만을 남겨놓고 있다. 대한항공은 합병이 결정된 후 2년간 1000억 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각국 경쟁 당국의 우려에 대응해 왔다. 항공업계 고위 관계자는 “미국과 EU 경쟁 당국이 까다롭게 심사할 것이란 건 합병 절차 초기부터 예상됐던 것”이라며 “상황이 악화되거나 새로운 변수가 나온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과 EU의 까다로운 심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보유한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을 반납받아 자국 항공사들에 넘겨주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올해 초 영국 경쟁당국은 합병 승인 조건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보유한 런던 히스로 공항 슬롯 17개 중 최대 7개를 영국 항공사 버진애틀랜틱에 넘겨줄 것을 요구했다.
결국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결합으로 한국 국적기의 미국·유럽 노선 취항 횟수가 줄어들고, 외국 항공사에만 이익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슬롯을 외항사에 빼앗기면 한국 항공산업 경쟁력이 약해지고, 메가 캐리어 탄생을 목적으로 하는 합병의 실익이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