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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인공지능, 이번엔 영화 스태프로 활약

입력 | 2023-05-20 03:00:00

◇생성 예술의 시대/김대식 김도형 이완 김혜연 김태용 ‘DALL·E2’ 지음/240쪽·2만8000원·동아시아




이 책의 저자 가운데는 인간이 아닌 존재가 있다. 약 4억 개의 그림과 글의 관계를 학습한 인공지능(AI) ‘DALL·E2(달리)’다.

영화 ‘만추’(2011년)의 김태용 감독은 이 AI의 힘을 빌려 작업에 착수했다. 평소 이성복 시인의 시 ‘남해 금산’을 영화화하고 싶었던 그는 영화의 콘셉트를 그림으로 만들어 봤다. 달리에게 처음으로 주문한 것은 “시가 탄생한 1986년, 그 시기에 어울리는 영화의 주인공을 보여 달라”는 것. 달리는 한 번도 겹치지 않고 다양한 인물의 이미지를 제안했으며, 김 감독은 그중 한 명을 골랐다. 김 감독은 이를 두고 책에서 “배우가 캐스팅됐다”고 표현했다.

김 감독은 이 이미지를 토대로 편집에 나섰다.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로 시작하는 시의 한 문장 한 문장을 시각화하고, 달리가 만들어낸 여러 그림을 주인공의 그림에 이어 붙였다. 그러고 나니 근사한 영화 포스터처럼 보이는 그림이 탄생했다. 김 감독은 “글자로 된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상상하는 것, 동료 예술가들과 협업하는 것이 이 작업 안에 다 있었다. 조금 더 외롭다는 것과 조금 덜 힘들다는 것이 다를 뿐”이라고 했다.

책은 김 감독 등 예술가 4명 및 뇌과학자와 AI의 협업 과정, 결과물을 담았다. 이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참여한 김대식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달리 때문에 아티스트의 역할이 사라져 버릴까? 절대 아닐 듯하다. 단지 미래 아티스트들의 역할과 창작 방식이 달라질 뿐이다”라고 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