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 연속 하위권 전락한 팀서 올 시즌 ‘최다득점-리그 2위’ 변신 安, 압박-유기적 패스 ‘익수볼’ 추구 “좋은 성적으로 팬들 기쁘게 해야죠”
안익수 FC서울 감독이 15일 팀 훈련장이 있는 경기 구리시 GS챔피언스파크에서 본보와 인터뷰한 뒤 카메라 앞에 앉았다. 지난 시즌까지 3년 연속 하위권에 머문 FC서울이 이번 시즌 초반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것을 두고 안 감독은 “FC서울다움을 회복해 가는 중”이라고 했다. 구리=이훈구 기자 ufo@donga.com
“‘FC서울다움’을 회복해 가는 과정이다.”
프로축구 FC서울 훈련장이 있는 경기 구리시 GS챔피언스파크에서 15일 만난 이 팀 안익수 감독(58)은 올 시즌 초반 선전을 두고 이렇게 말하면서 “좋은 성적으로 팬들을 기쁘게 하고 한국 축구 성장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FC서울다움을 회복해 가는 중’이라는 얘기는 달리 말하면 ‘그동안엔 FC서울답지 못했다’는 의미다. 리그 우승을 6번이나 차지한 FC서울은 K리그를 대표하는 명문 클럽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까지 최근 3년간 성적을 보면 명문 클럽과는 거리가 멀었다. 2020년 9위, 2021년 7위, 2022년엔 9위로 3년 연속 하위권에서 시즌을 마쳤다. K리그1(1부 리그)에는 모두 12개 팀이 있다.
안 감독 부임 3년째를 맞은 올해 FC서울은 달라진 모습이다. 팀당 13경기를 치른 19일 현재 승점 23(7승 2무 4패)으로 선두 울산(34점)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제주 포항과 승점이 같지만 다득점에서 앞서 2위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안 감독은 “선수와 팬 모두 FC서울의 자긍심을 되찾는 한 해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지금까지는 이 약속을 잘 지켜 나가고 있는 셈이다.
FC서울은 이번 시즌 13경기에서 27골(경기당 평균 2.1골)을 넣었다. 12개 팀 중 최다 득점이다. 지난 시즌 FC서울은 38경기에서 43골(평균 1.1골)을 넣어 팀 득점이 11위에 그쳤다. 안 감독은 “골은 모든 선수의 노력이 드러난 결과물이고 팀이 하나가 돼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며 지난 시즌에 비해 2배 가까이로 좋아진 득점력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번 시즌 화력이 강화된 FC서울의 선봉엔 나상호(27)가 있다. 나상호는 공격 포인트 10개(8골, 2도움)로 득점과 공격 포인트 부문에서 1위에 올라 있다. 안 감독은 나상호를 두고 “원래 좋은 에너지를 많이 갖고 있던 선수다. 지금의 모습을 유지한다면 더 높이 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안 감독은 또래에 비해 많이 늦은 고교 2학년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대학도 체육특기생으로 입학한 것이 아니라 시험을 봐서 들어갔다. 축구를 늦게 시작했지만 프로 선수가 됐고 태극마크도 달았다. 1994년엔 미국 월드컵에도 참가했다. 안 감독은 “남들보다 축구를 늦게 시작해 하루를 ‘새벽, 오전, 오후, 밤’으로 쪼개 매일 네 차례 훈련하고 축구 공부도 했다”고 말했다.
경기 중 공이 멈춰 있는 시간이 가능한 한 적어야 한다는 게 안 감독의 지론이다. 그래야 팬들이 재미를 느끼고 경기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대를 끊임없이 압박하고 골키퍼부터 최전방 공격수까지 볼이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일명 ‘익수볼’이 탄생한 것도 이 같은 축구 철학 때문이다. 2010년 그가 받은 박사학위 논문도 K리그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실제 플레잉 타임을 비교한 내용이었다. 책을 많이 읽는 감독으로 알려진 그는 요즘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 관련 책도 읽고 있다고 했다. 안 감독은 “지금은 순위 경쟁이 치열해 책을 많이 읽지 못하지만 시즌이 끝나면 챗GPT로 축구에 어떤 도움을 얻을 수 있을지를 궁리해보고 싶다”고 했다.
구리=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