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십’ 타고 2029년 화성 첫발 목표… 2050년 100만 명 규모 자급도시 계획
2029년 인류의 화성 진출을 위한 주력 우주선인 스페이스X의 ‘스타십’이 4월 20일(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주에서 첫 지구 궤도 시험비행에 나섰지만 이륙한 지 4분여 만에 폭발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 측은 로켓이 계획된 궤적을 벗어날 경우 지상의 사람이나 구조물에 대한 위험을 방지하고자 스스로 폭발하는 메커니즘인 비행종료시스템(FTS)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스페이스X가 구상하는 화성 도시 개념도. [스페이스X]
빨리 실패, 빨리 개선
스타십은 추진체가 들어 있는 대형 연료탱크인 슈퍼 헤비 부스터와 사람이나 화물을 운송하는 선체로 이뤄져 있다. 이륙 후 하부인 슈퍼 헤비 부스터에 있는 엔진 33개 중 일부가 고장 나면서 로켓 시스템의 분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최대 기계적 응력을 받는 비행 지점인 ‘최대 Q’를 통과했으나 39㎞ 고도에서 불덩어리로 비행을 끝낸 것이다.스페이스X가 개발한 로켓 스타십이 4월 20일(현지 시간) 엔진 이상으로 이륙 후 4분 만에 공중에서 폭발했다. [스페이스X]
스타십으로 화성에 인간 운반
스페이스X는 2002년 창립 이래 20여 년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우주산업을 변화시키고 있다. 머스크는 화성 진출과 더 저렴한 우주여행 실현을 목표로 팰컨 9 및 팰컨 헤비 로켓, 크루 드래건 우주선, 스타십 등을 개발해왔다. 팰컨 로켓은 민간기업이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화물을 발사하는 최초 로켓이 됐다. 팰컨 9 또한 놀라운 발전으로 인공위성은 물론, 화물과 사람을 우주로 보내고 있다. 크루 드래건 우주선 또한 유인우주선으로 설계된 최초 민간 우주선으로, 우주비행사를 ISS로 운송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스타십은 달과 화성에 인간이나 화물을 운반하는 로켓으로, 화성 진출에 필요한 주력 우주선 역할을 할 예정이다. 머스크가 화성 식민지화를 추구하는 이유는 핵전쟁이나 소행성 충돌로 지구가 멸망할 경우에 대비해 인류를 보존하기 위해서다. 머스크는 2005년 코드명 ‘BFR’(Big Fucking Rocket)이라는 거대한 로켓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힌 뒤 스타십 개발을 추진했다. 화성 진출 계획에서 대형 로켓 개발이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지구에서 화성에 이르는 장거리 우주여행에 최대한 많은 인원을 이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십은 정상적으로 작동할 경우 지금까지 개발된 로켓 중 가장 강력한 로켓이 된다. 높이 약 120m에 무게 490만㎏, 탑재량은 최대 150t에 달한다. 수십 명을 수송할 수 있는 탑재량이다. 또 스타십의 지름은 9m로, 지름이 6.5m인 제임스웹 우주망원경보다 더 큰 초대형 망원경도 운반할 수 있는 넉넉한 크기다.
스타십에 장착된 랩터 엔진. [스페이스X]
연료 충전 도전 과제
크루 드래건 우주선에 탑승한 우주 비행사들. [스페이스X]
스페이스X의 목표는 인류를 다중행성종(Multiplanetary Species)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머스크는 화성 같은 새로운 행성에 기지를 세울 수 있다면 인류가 지구를 떠나서도 존속 가능하다는 SF적인 상상을 구체화해왔다. 자체 우주기술로 먼저 달에 진출한 뒤 이르면 2029년 인류가 화성에 첫발을 내딛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빠르면 2050년까지 화성에 자급자족이 가능한 100만 명 규모의 도시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심우주에서 우주선에 연료를 보급할 방법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미세 중력 환경에서 로켓에 연료를 보급하는 작업은 이전에 수행된 적이 없으며, 사용되는 초저온 추진제는 몇 가지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스페이스X가 로켓 추진체를 액체 수소와 메탄 등을 연료로 사용하고 재발사되도록 설계한 것은 우주 진출을 위해 구현한 까다로운 기술이다. 그렇게 된다면 태양계 주변에 연료 보급 창고를 설치하고 행성에서 행성으로 이동하도록 지원할 수 있다. 그윈 숏웰 스페이스X 최고운영책임자(COO)는 2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산업 콘퍼런스에 참석해 “우주에서 연료 보급은 확실히 어려운 일”이라며 “로켓을 궤도에 진입시키는 일 다음으로 연료 재충전은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90호에 실렸습니다〉
이종림 과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