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형-자오즈민 부부가 최근 서울 신촌에 문을 연 ‘아이핑퐁 탁구클럽’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안재형 위원장 제공
1989년 12월 22일 자 동아일보에서는 한-중 ‘핑퐁 커플’ 안재형(58)과 자오즈민(60)의 결혼식을 위와 같이 전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탁구 스타였던 두 사람의 결혼 스토리는 전 국민적인 화제였다. 두 사람이 결혼을 할 때만 해도 한국과 중국은 수교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때문에 두 사람은 갖은 고비와 어려움을 넘어서야 결혼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1989년 10월 제3국인 스웨덴에서 먼저 혼인신고를 한 뒤 그해 12월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는 한국과 중국 양국 모두에서 큰 관심을 모았고, 결혼식을 전후해 둘의 일거수일투족을 다루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두 사람에게 직접 결혼선물을 보냈을 정도로 국제적인 관심사이기도 했다.
안재형-자오즈민 부부의 전통 혼례 모습. 동아일보 DB
자오즈민 씨는 2000년대 초반부터 사업가로 변신해 중국에서 통신 관련 사업을 했다. 중국에서 유명한 탁구 선수였던 그는 인지도를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큰 성공을 거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오즈민 씨는 중국에서의 사업을 정리한 뒤 다시 한국으로 왔다.
서로 바쁘게 약 20년을 보낸 두 사람은 약 2년 전부터 다시 집을 합친 뒤 제2의 신혼 생활을 하고 있다. 안 위원장은 “지도자 생활을 할 때 아내가 집에 혼자 있을 때가 너무 많았다. 이후 나는 병훈이 뒷바라지를 위해 미국, 유럽 등을 다녔다. 그동안 아내는 중국에서 사업을 했다. 이제 서로 할 만큼 다 했으니 같이 지내자고 해서 함께 지내고 있다”고 했다. 자오즈민 씨도 “정말 오랜만에 한국에서 남편과 함께 있으니 1989년 막 결혼했을 때의 기분이다. 매일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하다. 함께 맛있는 것 먹고 다니며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안재형-자오즈민 부부의 젊은 시절. 골프채를 들고 있는 아들 안병훈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무대에서 뛰고 있다. 동아일보 DB
자오즈민 씨는 “결혼이 아니었다면 선수 생활을 좀 더 오래 했을 것 같다. 서울올림픽 때 금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세계 최강이라는 중국에서 날 이기는 선수가 거의 없었다. 너무 아쉬운 은퇴여서 그런지 탁구채를 놓고 나서 몇 년간은 잠을 자다가 대표팀에서 훈련하는 꿈을 꾸곤 했다”고 말했다.
1996년 KBS 일일드라마 며느리 삼국지에 출연한 자오즈민 씨(오른쪽). KBS 화면 캡처
중국에서는 그가 얼굴만 봐도 알만한 유명 인사였다는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자오즈민 씨는 “세월이 지날수록 같은 서비스를 하는 회사들이 많아졌는데 우리 회사를 선택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며 웃었다.
자오즈민 씨는 중국에서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최근 중국 사업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동아일보 DB
반면 안 위원장은 밖으로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안 위원장은 “지금 사는 곳은 서울 서대문구 안산 인근에 단독주택이다. 집에서 안산 둘레길이 가깝다. 흙길을 따라 맨발로 안산 봉수대를 다녀오곤 한다. 빠르게 걸으면 45분 안팎, 천천히 걸어도 1시간이면 왕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예전 뉴질랜드로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나는 밖으로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고, 아내는 호텔방에서 그냥 쉬었던 적도 있다”고 했다.
‘한중 탁구 커플’ 안재형-자오즈민 부부. 송은석기자 silverstone@donga.com
결혼한 지 30년이 넘게 지났지만 떨어져 있었던 시간이 많았기 때문인지 두 사람은 여전히 알콩달콩 생활하고 있다. 대화는 주로 한국어로 한다. 다시 한국어에 익숙해지고 있는 자오즈민 씨는 설명하기 어려운 게 있으면 중국어를 쓴다. 결혼 당시 학원을 다니며 중국어를 배웠던 안 위원장은 쉽게 이를 알아듣는다. 자오즈민 씨는 “연애 시절에도 서로 말이 안 통했지만 서로 사랑하게 됐다. 지금도 말이 아닌 느낌으로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오즈민 씨의 걱정은 자나 깨나 안 위원장의 건강이다. 그동안 건강 검진을 제대로 받지 않았던 안 위원장도 아내의 성화에 결국 위내시경과 대장 내시경이 포함된 종합 건강 검진을 예약했다. 자오즈민 씨는 “남편과 함께 지내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남편이 없으면 절대 못 산다. 온 가족이 건강하고 무사히 지내는 것만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한중 탁구 커플’ 안재형-자오즈민 부부. 송은석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헌재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