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전시하는 매장 늘었지만 명품 구매 욕구 떨어뜨릴 수도 작품 속성을 직접 활용해야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을 원하는 고객이 늘어나는 추세다. 여기에 대응해 이름 있는 명품 업체들은 다양한 예술 작품을 전시하며 매장을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바꾸고 있다. 루이뷔통이 대표적이다. 2019년 루이뷔통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매장 ‘루이뷔통 메종 서울’의 새 단장을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에게 맡기고 한 층 전체를 예술 작품을 상설 전시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처럼 명품 업체가 예술 작품을 매장에 전시하는 사례가 늘면서 매장 내 예술 경험이 제품 판매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대, 중국 베이징대, 중국유럽국제경영대학원 공동 연구진은 명품 업체와 예술계의 협업이 고객의 제품 구매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실험 장소는 대중의 선호도와 취급 브랜드가 비슷한 쇼핑몰 두 곳이었다. 한 쇼핑몰은 다양한 예술 작품을 내부에 많이 전시했고 다른 한 곳은 전시회를 열지 않았다.
연구진은 참여자들에게 각 쇼핑몰이 취급하는 브랜드를 담은 두 가지 목록을 보여줬다. 첫 번째 목록에는 갭이나 휠라 같은 일상 브랜드들이, 다른 목록에는 반클리프아펠 같은 명품 브랜드들이 소개됐다. 마지막 단계에서 참가자들은 할인 정보를 받기 위해 어떤 브랜드가 담긴 목록을 추가로 살펴볼지 선택했다. 그 결과 다양한 예술 작품을 경험할 수 있는 쇼핑몰에서 명품 브랜드보다는 일상 브랜드에 대한 할인 정보를 듣길 원한다고 선택한 참여자들이 많았다. 예술 작품에 노출되고 그것에 대한 경험이 명품 브랜드에 대한 구매 욕망을 위축시킨 셈이다.
연구 결과는 단순히 매장 내에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것만으로는 명품 판매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고객으로부터 명품 구매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예술 작품 자체의 속성을 제품에 직접 활용하는 방향이 더 효과적이다. 올해 초 세계적인 예술가 구사마 야요이의 상징인 물방울 무늬를 가방에 새겨 한정판 제품을 판매한 루이뷔통이 좋은 사례다. 고객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예술 작품 활용을 고민하고 있는 명품 브랜드 마케터라면 단순한 작품 전시를 넘어 예술 작품의 속성을 이해하고 그것을 활용해 제품 자체를 더 빛나게 할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seungyun@konkuk.ac.kr
정리=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