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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金보다 사랑 택한 자오즈민 “남편과 함께 있는 게 행복”[이헌재의 인생홈런]

입력 | 2023-05-22 03:00:00

결혼한 지 35년째에도 자오즈민(왼쪽)-안재형 부부는 알콩달콩 지내고 있다. 두 사람은 “말보다는 느낌으로 서로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자오즈민 씨(60)는 세계 최강 중국에서도 최고의 탁구 선수였다. 1986년 아시아경기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땄고, 1988년 올림픽에서는 여자 복식 은메달과 여자 단식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창 전성기에 그는 선수로서의 성공보다 사랑을 택했다. 1989년 안재형 한국프로탁구리그 위원장(58)과 결혼하며 탁구채를 놓게 된 것. 목표로 삼았던 올림픽 금메달을 따지 못한 채 은퇴한 그는 “아쉬움이 남아서인지 몇 년간은 대표팀에서 훈련하는 꿈을 꾸곤 했다”고 말했다. 이후 한국 주니어 탁구 대표팀 코치를 맡았으나 출산과 함께 탁구와의 인연도 멀어지게 됐다.

이후 그는 잠시 탤런트 생활을 했다. 1996년 2월부터 약 6개월간 KBS에서 방영된 일일드라마 ‘며느리 삼국지’에서 중국 베이징에서 시집온 며느리 역할을 맡았다. 자오 씨는 “한국말을 썩 잘하지 못할 때인데 대사가 너무 많고 어려웠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그냥 대사 자체를 통으로 외웠다. 다시 하라면 절대 못 할 것”이라고 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그는 중국에서 사업가로 변신해 크게 성공했다. 은퇴 후 지도자 생활을 하던 안 위원장이 골프를 하는 아들 안병훈(32)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미국, 유럽 등을 다니는 동안 자오 씨는 중국에서 휴대전화 연결음과 음악, 게임 등을 서비스하는 사업을 했다. 중국에서 유명인인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같은 서비스를 하는 회사가 많아졌는데 우리 회사를 선택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며 웃었다.

약 20년간 떨어져 살던 자오즈민-안재형 부부는 최근 집을 다시 합쳤다. 중국 사업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자오 씨는 “정말 오랜만에 한국에서 남편과 함께 있으니 막 결혼했을 때의 기분이 든다”고 했다.

탁구로 맺어진 인연이지만 부부는 성향이 다른 편이다. 안 위원장이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라면 자오 씨는 집에 있는 걸 선호한다. 안 위원장이 집에서 가까운 서울 서대문구 안산 봉수대를 맨발로 오르내리는 동안 자오 씨는 집에서 홈트레이닝을 한다. 그런 두 사람이 요즘은 안 위원장이 서대문구 신촌의 한 건물에 만든 ‘아이핑퐁 탁구클럽(I Ping Pong)’에는 함께 간다. 자오 씨는 “탁구공이 빠르게 오가는 걸 너무 오랜만에 보니 처음엔 좀 어지러웠다”며 “오랜만에 탁구를 즐기며 재미있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결혼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떨어져 있던 시간이 많았기 때문인지 두 사람은 여전히 알콩달콩 지낸다. 대화는 한국어와 중국어를 섞어서 한다. 가끔 말이 통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자오 씨는 “연애 시절에도 서로 말이 안 통했지만 서로 사랑하게 됐다. 말이 아닌 느낌으로 서로를 잘 이해하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자오 씨의 걱정은 자나 깨나 안 위원장의 건강이다. 그동안 건강검진을 제대로 받지 않았던 안 위원장은 자오 씨의 성화에 조만간 종합 건강검진을 받기로 했다. 자오 씨는 “남편과 함께 지내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남편이 없으면 절대 못 산다. 그러기 위해선 건강해야 한다. 온 가족의 건강 말고는 바라는 게 없다”고 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