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생명 지키는 M-Tech]〈6〉 운전중 폰 사용방지 기술 ‘스마트폰 주행’ 사고 확률 5.4배… 돌발사고 정지거리, 음주시의 2.4배 美-유럽 등 앱 활용해 사고 예방 국내선 ‘자유 제한’ 반감에 미출시… “벌금으론 못막아 의무화 논의해야”
“아빠 위험하니 스마트폰 그만 보세요.”
운전 중 휴대전화를 5초 이상 사용하면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미리 녹음해둔 가족들의 목소리다. 운전자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안전 운전에 위협이 되는 휴대전화 사용을 멈춘다. 이는 미국 제너럴모터스가 개발한 ‘콜미아웃’ 애플리케이션(앱) 사용 장면이다.
미국 등 교통선진국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이 ‘음주운전’에 비견될 정도로 위험한 행위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또 이를 막기 위해 단속과 범칙금 부과를 넘어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 음주운전만큼 위험한 휴대전화 사용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시속 40km로 운전하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운전자의 경우 돌발 상황에서 정지 거리가 45.2m였다. 혈중알코올농도 0.05%인 음주운전자(18.6m)의 2.4배에 달한다. 이 연구소 관계자는 “도로를 시속 60km로 달리는 운전자가 문자메시지 확인을 위해 2초 동안 전방 주시를 안 할 경우 약 35m를 눈 감고 달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미 유타대 연구팀의 연구에서도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 사고 확률이 5.4배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카네기멜런대 연구소는 핸즈프리 상태로 휴대전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운전과 관련된 뇌 활동의 양이 37% 감소한다고 밝혔다. 전방 주시 등 운전에 쏟아야 할 집중력이 휴대전화로 분산되기 때문이다.
● 휴대전화 차단 기술 있지만 상용화 안 돼
삼성전자의 경우 네덜란드에서 운전 중 전화나 문자메시지가 오면 ‘지금은 운전 중’이란 메시지를 자동으로 보내는 ‘인 트래픽 리플라이’ 앱을 출시했지만 강제로 휴대전화 사용을 막진 않았다. 한 ICT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할 경우 운전자가 느끼는 불편이 상당한데 얼마나 많은 운전자가 자발적으로 앱을 설치하고 서비스를 이용할지 미지수”라며 “강제 규정 없이는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금이라도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차단 기술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은 불법이지만 상당수가 이를 알면서도 스마트폰에서 손을 떼지 못할 정도로 중독성이 크고, 이로 인한 교통사고도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美선 운전중 폰 들기만 해도 최소 35만원… 벌금 韓은 6만원
미국-일본-영국 등 처벌 강화 추세
“한국, 범칙금 지나치게 낮은 수준”
난해한 CCTV 분석 등 단속 애로에
AI 적발 시스템 도입 필요성 제기
“한국, 범칙금 지나치게 낮은 수준”
난해한 CCTV 분석 등 단속 애로에
AI 적발 시스템 도입 필요성 제기
영국 출신의 세계적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은 2018년 11월 런던 중심가에서 자신의 벤틀리 차량을 운전하던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베컴에게는 6개월 면허 정지와 함께 750파운드(약 125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됐다. 영국 재판부는 “속도가 느렸다고 하지만 그건 변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교통 선진국들은 최근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다. 미국 오리건주는 2017년부터 운전 중 손으로 휴대전화를 들기만 해도 처벌하는 법을 시행 중이다. 교통 체증 등으로 차량이 잠시 정지한 상태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해도 처벌된다. 범칙금은 최소 260달러(약 35만 원)다. 스쿨존 등에선 최대 1000달러(약 134만 원)에 달한다.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에 따르면 오리건주는 법 개정 후 후방 추돌 사고가 8.8% 줄었다.
일본은 2019년 관련 법을 개정하며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기존에는 ‘5만 엔(약 48만 원) 이하의 벌금’만 내면 됐지만 법 개정 이후에는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10만 엔(약 97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이들 국가와 비교하면 한국은 처벌은 관대한 편이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시 승합차는 7만 원, 승용차는 6만 원, 이륜차는 4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영국 호주 일본 등의 20% 미만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시 사고의 위험성이 크다는 걸 감안하면 범칙금이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며 “범칙금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차가 도로를 주행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경우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서도 휴대전화 사용 여부를 명백하게 가리기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운전자가 ‘휴대전화를 쥐고만 있었다’고 항변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귀에 대고 통화를 하는 등 명백한 경우를 우선 단속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AI)이 CCTV 영상을 분석해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자동 적발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국가도 나오고 있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의 기술 수준을 고려할 때 AI 학습을 거치면 몇 주 내 자동 적발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다”며 “다만 사회적 합의를 통해 명확한 단속 기준이 마련돼야 AI 적발 시스템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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