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학 해법을 찾아서] 부지-건물 등 잔여재산 처분 문제 “지분 인정 범위 사회적 합의 필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경영 위기에 내몰린 사립대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 대학의 퇴로 마련을 위한 사립대 구조개선법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법인 청산 이후 학교 부지나 건물 같은 잔여재산 처분 방법을 두고 교육계의 견해차가 크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는 사립대의 폐교와 법인 해산을 지원하기 위한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3건 발의돼 있다. 지난해 9월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이 처음 발의했고, 올 1월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 3월엔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이 유사한 내용의 법안을 내놨다. 강 의원의 법안은 폐교한 대학 교직원의 재취업 지원책 등이 추가됐고, 정 의원은 해산한 법인이 ‘해산장려금’을 받는 내용을 담았다.
구조개선법은 더 이상 운영이 어려워진 학교법인을 공익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주고,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및 재정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지자체가 해산 법인의 교육용 재산을 매입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했다. 적자 상태로 연명하는 대학들이 학교를 조속히 정리하는 것을 돕기 위해서다. 2000년 이후 폐교한 대학 20곳 중 법인 청산이 완료된 곳은 경북외국어대(2013년 폐교) 한 곳뿐이다.
이는 설립자의 학교 재산 형성 기여도를 얼마나 인정하느냐에 따라 의견이 엇갈린다. 찬성 측은 학령인구 팽창기에 늘어난 고등교육 수요를 감당했던 사립대의 기여와 사유재산권을 인정해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학령인구 감소로 운영이 어려워진 대학과 설립자의 부정이나 부실 운영이 원인이 된 대학을 똑같이 취급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2학년도 기준 전체 사립대의 신입생 미충원 인원은 2만9535명에 이른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2040년에는 고3과 재수생 등을 더한 ‘입학 가능 자원’이 약 28만 명으로 예상된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생 약 45만 명보다 17만 명이나 적다.
우남규 한국사학진흥재단 대학혁신지원본부장은 “해산장려금 때문에 법안 통과가 늦어지면, 부실 대학이 연명하게 돼 사회적 손실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국가교육위원회 등을 통해 설립자의 지분을 얼마나 인정해줄지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