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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번홀 환상 벙커샷, 무명 골퍼의 운명 바꾸다

입력 | 2023-05-22 03:00:00

백석현, SK텔레콤오픈서 국내 첫승
2027년까지 출전권… “해외도 도전”
공 아닌 홀컵 보는 ‘노룩퍼팅’ 화제
성유진은 두산 매치플레이 우승



백석현이 21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골프클럽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 오픈 정상에 오른 뒤 축하 물세례를 받고 있다. 2014년에 투어 데뷔를 한 백석현은 49번째 출전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오른쪽 사진은 이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성유진이 트로피에 입 맞추는 모습. KPGA·KLPGA 제공


백석현(33)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데뷔 9년 만에 첫 승을 따냈다.

백석현은 21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SK텔레콤 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3개, 보기 3개로 2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로 정상에 섰다. 캐나다 교포 이태훈(33)을 1타 차로 제친 백석현은 2014년 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하고 49번째 출전 만에 첫 승을 기록했다. 우승 상금은 2억6000만 원으로 그동안 벌어들인 상금 총액 2억3051만 원보다 많다.

중학생 때 가족과 함께 태국으로 이민을 간 백석현은 2008년 프로에 데뷔했다. 아시안투어와 일본투어 등에서 주로 활동한 백석현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진 못했다. 태국 로컬 투어에서 5승을 한 것이 전부다. 2019년 군 복무를 마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2021년부터 국내 무대에 집중했다. 백석현의 코리안투어 종전 최고 성적은 지난해 7월 아시아드CC 부산오픈에서의 공동 7위다. 140kg이던 몸무게를 8개월간 식단 조절과 웨이트트레이닝으로 60kg 넘게 빼 관심을 받기도 했지만 무명에 가까웠다. 백석현은 우승 뒤 “기분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아내와 부모님, 장인, 장모에게 우승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어 기쁘다. TV 중계를 보며 울고 있을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백석현은 SK텔레콤 오픈에서 1라운드부터 선두를 내주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최종 라운드 18번홀(파4)에서 티샷을 연못에 빠뜨리며 벌타를 받고, 이후에 친 샷이 벙커에 들어가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벙커샷을 홀에 바짝 붙이며 보기로 막고 우승을 확정했다. 백석현은 경기 뒤 “18번홀 벙커샷이 내 인생 최고의 샷”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백석현은 이번 대회에서 4m 이내 퍼트는 공을 보지 않고 홀컵만 보고 쳐 화제를 모았다. 백석현은 “연습라운드 때 공을 보지 않고 퍼트를 했는데 잘 들어가서 대회 때도 했다”며 “우승 퍼트 때는 너무 떨려서 홀컵도 안 보고 내 손만 보고 쳤다”고 했다.

백석현은 이번 우승으로 2027년까지 투어 시드를 확보했다. 백석현은 “올해 목표가 아내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는데 TV에 많이 나왔고 우승까지 했다”며 “그동안 시드 유지에만 급급했는데 여유가 생겨 좋다. 올해는 코리안투어에 집중하고 연말에 해외투어 퀄리파잉스쿨에 응시하겠다”고 말했다. ‘디펜딩 챔피언’ 김비오(33)는 최종합계 10언더파 274타로 공동 3위, 대회 공동집행위원장이자 선수로 출전한 최경주(53)는 최종합계 5언더파 279타로 공동 19위를 했다.

이날 강원 춘천 라데나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는 성유진(23)이 결승에서 박현경(23)을 4홀 차이로 꺾고 ‘매치 퀸’에 올랐다. 성유진은 지난해 6월 롯데 오픈에 이어 11개월 만에 트로피를 추가하며 투어 통산 2승을 거뒀다. 우승 상금은 2억2500만 원이다. 성유진은 이날 2번홀(파5), 3번홀(파3), 4번홀(파4) 3연속 버디로 3홀 차로 달아나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박현경은 2021년 5월 KLPGA 챔피언십에서 투어 3승을 한 이후 준우승만 9차례 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