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그룹 회장 구속 악재 발생 이전 BW 행사 14일만에 주식 전량 매도 시장에선 ‘전형적인 이상 거래’ 지적 메리츠 “리스크 관리 차원 전환 매도”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이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되기 직전에 보유하고 있던 이화그룹 계열사 이화전기 지분을 모두 팔아치워 이익을 낸 메리츠증권이 이화전기뿐 아니라 계열사인 이아이디 지분도 처분해 손실을 피해간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D)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지난달 18일 이아이디 주식 1062만6992주를 장내 매도했다. 앞서 4월 4일 이아이디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대한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취득한 주식을 전량 매도한 것이다. 메리츠증권은 BW 행사로 주당 941원에 주식을 취득해 주당 평균단가 2449원에 처분하면서 160% 넘는 수익(약 160억 원)을 냈다. 이와 별개로 메리츠증권은 지난달 18일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220억 원어치 BW를 매도해 약 73억 원의 차익도 챙겼다.
결과적으로 메리츠증권은 지난달 이아이디 BW를 통해 약 233억 원의 수익을 낸 셈이다. 공교롭게도 이아이디 주가가 2차전지 테마주로 묶여 폭등하던 시점이자, 10일 김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되는 ‘악재’가 터지기 전이었다. 이아이디와 이화전기, 이트론 등 이화그룹주 3개 종목은 10일 김 회장이 구속된 이후 12일부터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현재 이아이디의 주가는 1155원으로 지난달 고점(3890원) 대비 70.1% 폭락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채를 인수해준 증권사는 막대한 이익을 보고 일반투자자는 거래정지 등으로 막대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메리츠증권은 “이아이디도 이화전기와 마찬가지로 2차전지 테마주로 엮이면서 주가가 폭등했고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주식으로 전환해 매도한 것”이라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사채를 인수하고 처분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메리츠증권은 이화전기 BW를 행사해 취득한 주식을 이달 4∼10일에 걸쳐 나눠 팔아 약 90억 원의 이익을 남긴 바 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