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중국에 구매 금지 조치를 당한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버지니아주 머내서스 공장 전경. 머내서스=AP 뉴시스
중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품에 대해 “안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자국 내 판매를 금지시켰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마이크론 제품에서 비교적 심각한 네트워크 보안 문제가 존재해 중국의 핵심 정보 인프라 공급망에 중대한 안보 위험을 초래한다”며 이같이 조치했다.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기업에 사상 처음으로 제재를 가한 것이다.
중국의 조치는 미국의 반도체 기술 통제에 밀리지 않겠다는 강 대 강 대응 기조를 분명히 한 것으로, 글로벌 ‘반도체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의 잇단 견제책에도 맞대응에 신중했던 중국이 본격적으로 칼을 꺼내 드는 형국이다. 3월부터 마이크론에 대한 안보 심사를 진행해온 중국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끝난 직후 보란 듯이 결과를 발표했다. 반중(反中) 전선 강화를 주도한 미국에 대한 보복으로 볼 수밖에 없다.
마이크론의 지난해 중국 매출은 33억 달러(약 4조3500억 원)로 전체의 11%에 달한다. 중국 시장을 잃게 될 경우 충격파가 클 수밖에 없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과 함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서로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미래 핵심 산업의 첨단기술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패권 경쟁으로 봐야 할 것이다.
신냉전 속 격화하는 정치, 외교적 충돌이 경제 논리까지 잠식해 가는 냉혹한 국제사회의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진영 대결에 휘말려 국익을 훼손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한국의 반도체 공급 제한이 결국 중국 기업들만 키워주는 결과가 되는 상황은 미국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이런 논리로 미국을 설득하되 필요시 단호히 목소리를 높이고,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도 효과적으로 맞설 실리적 경제안보 전략을 세워야 한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을 초격차 기술의 개발 시도를 병행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