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戰으로 에너지 불안” 이유 화석연료 비중 큰 日-獨 밀어붙여 英-佛은 “脫탄소 늦출수 없어” 이견 NYT “美, 동맹 사이에 끼여 난처”
‘기후변화 대응의 리더’를 자임하는 주요 7개국(G7)이 21일 폐막한 일본 히로시마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 등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 확대를 강조하는 등 ‘탈탄소’ 목표와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체 에너지 생산에 있어 화석연료 비중이 비교적 높은 일본과 독일이 이 같은 흐름을 주도했다. 반면 원자력발전 의존도가 높은 프랑스와 영국 등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가 탈탄소를 늦출 명분이 될 순 없다”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 “G7, 러시아 핑계 대며 LNG 투자 확대”
‘우리는 LNG 공급 증가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LNG 확대 투자는 현재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고, 잠재적 가스 공급 부족을 해결하는 적절한 방법이다.’
G7이 20일 채택한 공동성명에는 이 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전 세계적 에너지 공급 불안, 물가 상승 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게 이유로 언급됐다. G7은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빠르게 낮춰야 하는 특수한 상황에서 가스에 대한 투자가 일시적 대응으로서 적절할 수 있다고도 했다.
G7의 이번 공동성명은 1년 전보다 오히려 퇴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해 5월 열린 G7 에너지·환경장관회의에서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줄이기 위해 LNG의 중요성이 언급되긴 했지만 당시엔 ‘석유와 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 개발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을 줄이고 해당 자금을 재생에너지 지원에 투입해야 한다’는 합의가 성명에 담겼다. 환경단체인 오일체인지인터내셔널(OCI)은 “천연가스와 LNG 인프라에 문을 열어두는 G7의 올해 합의는 지난해의 약속과 모순된다”라고 비판했다.
● 화석연료 비중 큰 일본-독일이 주도
올해 이 같은 공동성명을 주도한 국가는 최근 ‘완전 탈원전’을 선언한 독일과 이번 정상회의 의장국인 일본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로이터통신은 이번 성명을 최종 조율한 국가가 독일이라고 전했다. NYT도 “독일은 경제를 운용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우려를 표명하며 지난해 G7의 탈탄소 관련 내용의 수위를 낮추기 위해 다른 국가들을 압박했다”라고 전했다.
일본 역시 지난달 삿포로에서 열린 G7 기후·에너지·환경 담당 장관회의에서 천연가스에 대한 투자도 ‘청정에너지’ 전환 단계로 포함시키자고 주장했다. 2021년 기준 일본 천연가스와 석탄 발전 비중은 총 68%에 이른다. 올해 G7 성명에 담긴 암모니아를 활용한 석탄 발전과 탄소 포집 기술 장려는 현재 일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국 컨설팅업체 E3G는 일본의 이 같은 정책에 대해 “상업성이 검증되지 않았고, 불확실한 기술에 의존하는 정책은 매우 위험하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비판했다.
이번 회의에서도 영국과 프랑스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한 일시적 에너지 위기는 이미 지나갔고, 유럽은 지난겨울 전력 부족도 넘겼다”라며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두 나라는 저탄소 에너지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프랑스의 원자력 발전 비중은 지난해 기준 63%에 이른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