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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시 옥외집회 더는 안돼” 법개정 추진

입력 | 2023-05-23 03:00:00

與 “시간제한 필요”… 野동의가 관건



16일 오후 민주노총이 낮부터 광화문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숭례문 방향 도로를 잡고 집회 신고가 끝난 후에도 불법점거 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전영한 기자 


국민의힘이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야간 집회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을 추진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건설노조가 16∼17일 서울 광화문에서 벌인 ‘1박 2일 노숙 집회’를 계기로 불법성 심야 집회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 이와 함께 집회·시위에서 정당한 공무집행을 한 경찰관에 대한 면책을 부여하는 법안도 추진한다. 하지만 지난해 이미 비슷한 법안이 통과된 바 있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 與 “0시∼오전 6시 옥외집회 금지 추진”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2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주 민노총의 광화문 집회는 국민께 충격을 안겨줬다. 퇴근길 차량 정체로 불편을 겪은 것도 모자라 밤새 이어진 술판 집회로 출근길, 등굣길도 쓰레기 악취로 고통을 겪어야 했다”며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옥외집회 금지 시간을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로 규정한 집시법 제10조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009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그 뒤로 14년 동안 후속 입법이 되지 않아 해당 조항이 유명무실해진 상태를 입법으로 해소하겠다는 것. 헌재 결정에 따라 현재는 거리를 행진하는 ‘시위’는 밤 12시까지만 가능하지만 행진이 없는 ‘집회’는 시간 제한이 없는 상태다.

‘0시∼오전 6시 옥외집회 금지’는 윤재옥 원내대표가 2020년 6월 발의했다가 3년 동안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계류 중인 집시법 개정안과 같은 내용이다. 경찰 출신 3선인 윤 원내대표는 19∼21대 국회에서 계속 해당 법안을 발의해 왔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기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행안위에 계류돼 있는 윤 원내대표의 법안을 들고 야당과 협상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2020년 7월 야외집회 금지 시간을 ‘0시∼오전 7시’로 규정해 발의한 집시법 개정안과 병합해 심사를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민주당은 “집시법 개정은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며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야간 집회 금지는 실로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국정 무능과 실패에 항의하는 국민의 입을 막으려 드는 정부 여당의 행태는 후안무치하다”고 비판했다.

해당 법안이 헌법상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넘어야 할 과제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모든 가치가 충돌할 때 무조건 하나의 가치만을 존중하면 다른 가치가 희생당하지 않느냐”며 “지금은 불균형 상태라 균형을 맞추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 ‘경찰에 면책’ 두고는 이견 분분

국민의힘은 집회·시위 현장에 대응하는 경찰의 정당한 공무집행 과정에서 벌어진 문제에 대해선 면책을 법제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집회·시위 참여자들이 현장 경찰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벌이는 실태가 반복돼 온 탓에 경찰의 현장 대응력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경찰의 정당한 공무집행에 대해선 확고히 보장하며 그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선 면책조항을 넣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미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과 차별점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법안은 고의나 과실이 없을 경우 범죄 예방 또는 진압 직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에 대한 경찰의 형사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해 주도록 했다. 현장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일선 경찰관은 통화에서 “결과적으로 무죄가 나도 소송 과정에서 검찰과 법원을 수차례 오가는 것만으로도 경찰 개개인에겐 극심한 고통”이라며 “면책조항이 현장 대응력을 높여줄진 의문”이라고 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