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무더위에 “올여름 폭염” 예보 에너지값 줄줄이 올라 시름 늘어 “에어컨 줄이면 손님 끊길 우려 차라리 영업시간-직원 줄일 것”
이른 무더위에 올여름 폭염 예보까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은 이미 혹독한 여름 나기에 돌입했다. 특히 올해는 1분기(1∼3월) 가정 전기·가스요금이 1년 전보다 30% 넘게 오른 데다 이달 들어 한 차례 더 올라 부담이 크다. 더 길고 더 빨라진 여름에 월동 준비보다 ‘월하(越夏) 준비’가 더 버겁다는 말이 나온다.
● 자영업자들 ‘월하(越夏) 준비’ 비상
국내에서 가장 더운 지역으로 꼽히는 대구에서 일식집을 하는 B 씨는 손님이 적을 땐 에어컨을 끄고 붐빌 때 다시 켜는 고육책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업장은 시원해야 한다’며 손님이 없을 때도 에어컨을 켜놨었지만 올해는 다르다.
영업시간 내내 불을 켜놔야 하고 전자레인지, 치킨 튀김기 등 전기 쓰는 부대시설이 많은 편의점들도 여름이 부담스럽다. 경기 성남시의 편의점주 D 씨는 일찌감치 24시간 영업을 접고 오전 8시에 문을 열고 있다. 하지만 영업시간을 줄여도 아이스크림과 유제품 냉방은 밤새 유지해야 한다. 그는 “인건비라도 줄이려 한동안 혼자 18시간 일하다가 너무 힘들어 다시 아르바이트생을 쓰는데, 운영비가 불어나면 대안이 없어 또 혼자 일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예 직원을 줄이려는 자영업자도 적지 않다. 자영업자 E 씨는 “날이 더 더워져 전기료를 못 아끼면 다른 곳에서 고정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더우면 손님들이 아예 안 찾으니 차라리 직원을 줄일까도 생각 중”이라고 했다.
● 전기료 걱정 커지며 에어컨 대체재 인기
에어컨 대신 전기료가 상대적으로 적게 나오는 선풍기, 서큘레이터(공기순환기) 등 대체재를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달 1∼14일 롯데하이마트에서 판매된 선풍기는 직전 2주보다 1.5배 늘었다. 특히 강한 바람으로 공기 순환을 도와 냉방 효과를 주는 서큘레이터 매출은 1.7배 늘었다. 아웃도어 의류에 주로 쓰이던 통기성 높은 기능성 냉감 소재는 일반 옷에도 확대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여름 폭염 예보로 가정마다 냉방비 걱정이 커지면서 가전부터 의류까지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는 제품을 찾는 등 가치소비, 실속소비 수요가 늘고 있다”고 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