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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 활동 중단”

입력 | 2023-05-23 03:00:00

2015년 출범이후 잇단 공정성 시비
카카오 “82개 CP 규제-심사 불가능”
네이버-카카오, 각자 새 모델 구상
“포털-언론 수평관계 대안 모색해야”




국내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뉴스 서비스 운영을 위해 설립한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 활동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포털에 뉴스를 공급해온 제휴 언론사에 대한 규제와 신규 언론사의 입점 심사를 중단한다는 뜻으로 향후 논의에 따라 포털과 언론 관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평위 운영위원 전원회의에서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제휴 모델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대내외적 요청을 반영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2015년 ‘자율규제’를 명분으로 출범한 제평위는 언론 유관 단체와 학계, 시민사회 단체 등 15곳이 참여해 운영되어 왔다. 올해 7월부터는 참여 기관이 18곳으로 늘어나는 ‘제평위 2.0’ 체제가 출범할 예정이었다.

● 각계 비난에 카카오 ‘결별 선언’ 한 듯

제평위 활동 중단 이유는 복합적이다. 지난해부터 제평위를 탈퇴하고 네이버와의 결별을 희망했던 카카오는 지난주 이를 공식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관계자는 “변화하는 언론 환경 속에서 82개의 콘텐츠제휴사(CP)와 700여 개의 검색제휴사들을 한 울타리에 넣고 규제 및 심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오랫동안 고민해 왔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올해 들어 네이버의 잇따른 실책으로 포털에 대한 사회적 비난과 감시가 강화된 것도 요인이다. 네이버는 언론사에 아웃링크(포털 기사를 통해 언론사 홈페이지로 이동하는 방식) 선택권을 주겠다고 밝혔다가 돌연 취소하고 불공정 조항을 담은 약관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가 언론계 안팎의 비난을 산 뒤 철회했다.

이 가운데 정부와 국회, 언론계 등에서 ‘포털 중심의 뉴스 유통 구조가 온라인 공간에서 허위정보(disinformation)를 확산시키고 저널리즘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터져 나왔다. 뉴스 유통에 대한 포털의 영향력이 과도해 뉴스 생산과 소비의 생태계를 압도하고 있으며 네이버와 카카오가 만든 임의기구이면서 법적 행위를 해온 제평위가 이제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학계에서도 이런 뉴스 유통 구조하에서 일부 대형 언론사들마저 포털 기사의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 저질·연성 기사를 경쟁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고 경고했다.

● 공정성, 투명성 논란 이어진 제평위

온라인 기사 어뷰징(조회수를 늘리기 위해 같은 기사를 반복하여 송고하는 등의 일)을 막기 위해 출범했지만 제평위는 7년 동안 끊임없이 폐쇄성과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정보기술(IT) 플랫폼업체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다수의 언론사를 관리하기 위해 ‘자율규제기구’를 내세웠으나 실상은 양사 실무자들이 운영하는 ‘사무국’을 통해 움직였다는 의구심이 이어졌다.

6기(2021년) 제평위원을 지낸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는 “개별 심사위원의 성향 등에 따라 평가 결과가 달라지는 등 심사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참여한 언론계 인사들과 균형을 맞춘다는 명분으로 초대된 외부 인사들은 전문성 시비에 휘말렸다. 5기(2020년)에 참여한 학계 인사는 “한 위원이 입점을 신청한 어떤 일간지의 발행 부수 자료를 보고 ‘이렇게 몇만 부를 얼마 동안 발행하는 거냐”고 묻는 모습을 봤다고 증언했다.

● 포털 뉴스 서비스 정상화 계기 될까

제평위의 미래에 대해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못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어떠한 구조가 투명성과 공정성을 가장 높일 수 있는 구조일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뉴스 제휴 문제로 네이버와 협의하거나 같이 자리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제평위 중단 이후 도입할 새로운 방식의 뉴스 서비스를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심 교수는 “(포털이라는) ‘가두리’ 안에서 이뤄졌던 종속적인 관계가 아니라 포털과 언론사가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용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이번 기회에 포털에서 뉴스 서비스를 없애고 기사는 해당 언론사 플랫폼에서 소비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해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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