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 동해상 선박에 퇴거 요구 軍, 미사일 발사 등 위협 가능성 대비 대통령실 보고… 전투기-군함도 대기 “北의도 분석중… 일회성 아닐 수도”
북한이 이달 중순경 동해 공해상에서 운항 중인 한국의 대형 화물선에 “외해로 나가라”는 내용의 경고 통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상 항로로 운항 중인 우리 국적 화물선에 대해 일방적으로 ‘외해 퇴거’를 요구한 것이다.
군과 정부 당국은 화물선 인근 해역이나 운항 항로에 대한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화물선이 외해로 돌아서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의 우리 수역으로 진입할 때까지 장시간에 걸쳐 고도의 대북 감시와 대응 태세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상황 발생부터 종료까지 전반적 조치 상황은 군 수뇌부를 거쳐 용산 대통령실에도 실시간으로 보고됐고, 대통령실에서도 사태를 예의주시했다고 한다.
● 北, 정상 항로 韓 화물선에 이례적 경고
2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북한 당국은 이달 중순경 이른 오전 시간대에 동해의 동북방 해상에서 남쪽으로 운항 중인 한국의 대형 화물선에 대해 국제무선상선통신망 등으로 “외해로 나가라”는 경고 통신을 여러 차례 실시했다. 북한이 해당 화물선에 대해 외해로 퇴거하라고 요구한 구체적인 이유와 경고 통신을 실시한 정확한 주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당시 해당 화물선으로부터 북한의 경고 통신 신고를 접수한 해양수산부 등 유관 부처와 군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후속 조치에 돌입했다고 한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우리 화물선에 가할 수 있는 군사적 위협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해 철저히 대비했다”고 말했다. 4월 13일 화성-18형 고체연료 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이후 한 달여간 잠잠했던 북한이 화물선이 오가는 동해상에 미사일 발사 등을 시도할 개연성도 배제하지 않았다는 것.
일각에서는 북한이 동해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예고한 군사 정찰위성 발사 준비와 관련된 모종의 군사적 위협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됐다고 한다.
● 당국 “NLL 이남 진입 때까지 동향 밀착 감시”
당시 화물선이 군과 정부 당국의 지침에 따라 외해로 돌아서 동해 NLL 이남 우리 수역으로 안전하게 내려올 때까지 군은 위성 등 각종 감시자산으로 북한군의 동향을 밀착 감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소식통은 “북한이 해당 화물선이나 화물선이 운항 중인 항로 인근에 군사적 위협을 가하거나 위협 징후가 임박할 경우 전투기와 함정 등 비상전력의 출동 대기 태세도 유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군과 정부 당국은 화물선이 늦은 오후 동해 NLL 이남 해역에 진입할 때까지 장시간에 걸쳐 상황을 주시했고, 대통령실에도 관련 상황이 실시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고 통신 이후 화물선이 동해 NLL 이남으로 남하할 때까지 북한의 특이 동향은 없었다고 한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