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美마이크론 제재] ‘中, 美마이크론 제재’ 후폭풍 우려
중국 당국이 마이크론 제품 구매 금지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한국 반도체 업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의 대중(對中) 제재 동참 압박이 거세지는 한편으로 중국의 보복이 미 동맹국으로 확대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반도체 공급망에서 ‘고립무원’이 된 중국이 자체 반도체 굴기를 강화할 가능성도 중장기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 ‘일촉즉발’ 미중 갈등
22일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마이크론 제품에 대한 중국 당국의 구매 제한 조치와 관련해 “국가 핵심 정보 인프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에 대해 국가 안보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날 중국 매체 왕이(網易), 메이르징지(每日經濟) 등은 “중국이 마이크론을 제재한 5월 21일은 역사에 기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중국 기술기업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포함해 중국에 대해 각종 과학기술 제재를 가했으나 그동안 한 번도 제대로 된 반격을 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이번 마이크론 판매 금지 조치가 최근 미중 갈등 심화 과정에서의 보복 조치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 한국 반도체 기업은 좌불안석
반도체업계에서는 중국 현지 기업들 중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중국 낸드 시장의 9.9%를 차지하고 있어 마이크론의 공백을 일정 부분 보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D램 시장의 경우 창신메모리(CXMT)의 점유율이 0.1% 안팎으로 미미한 수준이고 기술력도 한참 뒤처진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중국의 고객사들에 메모리 재고가 넘쳐 일정 기간 버틸 수 있겠지만 결국 마이크론의 D램 빈자리를 채우려면 한국 제품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앞서 미국 당국이 마이크론의 공백을 채우지 말라고 요청했다는 FT 보도에 대해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향성이 사실일 경우 대체 제품 공급에 대한 중국 당국의 압박에 한국 기업들이 응할 수 없는 상황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럴 경우 중국으로부터 현지 사업에 대한 불이익이나 보복 조치가 이어질 우려도 제기된다. 마오 대변인은 “한국 기업에 대해 마이크론과 비슷한 제재를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어떤 기업이라도 중국 법률의 요구 사항을 준수하기만 하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이날 세종시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조치로 인해 우리 기업에 일차적으로 피해가 없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라며 “정부가 (기업에)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고 기업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공급망 고립 정책이 지속되면 중국 내부에서 자체 반도체 굴기 움직임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매체 왕이는 “이번 사건은 중국의 반도체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 업체들이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곧 메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