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혜병원
추간공 확장술의 기계적 치료 원리를 통해 좁거나 막힌 추간공을 넓혀줬더라도 척추관 및 추간공 내부의 염증이나 염증 유발 물질이 한 번에 다 즉시 배출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 광혜병원 제공
상하수도 시설이 발달하기 전에는 생활용수를 주로 지하수에 의존했다. 땅속 깊은 곳의 물을 끌어 올리려고 일명 작두펌프라고도 불리던 수동 물 펌프를 사용했다. 마중물 한 바가지를 넣고 체중을 실어 여러 차례 펌프질하면 주둥이처럼 생긴 옆쪽으로 물이 콸콸 흘러나왔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오래 방치된 수동 물 펌프를 사용하려면 마중물을 충분히 넣고도 펌프질을 수십 번 해야 했고, 그래도 안 될 때는 더 빠르게 펌프질하곤 했다. 이후 간신히 처음에는 탁한 물이 나오다가 좀 더 지나면 비로소 맑은 물을 얻을 수 있었다.
수동 물 펌프는 척추와 비슷한 모양이다. 척추관과 추간공을 수동 물 펌프라고 생각하면 수동 물 펌프에서 가장 가운데 기둥이자 주요 통로를 구성하는 곳이 척추관, 옆으로 물이 빠져나오게 생긴 주둥이 같은 곳이 추간공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추간공 내·외측에 미세하게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인대들은 펌프의 주둥이 끝에 지하수의 이물질을 걸러주기 위해 망을 씌어놓은 거름망과 비슷하다.
그 결과 오래 방치된 수동 물 펌프 내부가 녹슬거나 여러 이물질로 좁아지는 상황과 유사하게 척추관과 추간공 주변의 노화된 뼈나 인대가 두꺼워지고 여러 유착으로 좁아지는 상황이 되면 해당 공간이 좁거나 막힐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또한 오래 방치된 수동 물 펌프를 오랜만에 작동했을 때 처음에 여과와 정제가 되지 않은 상태의 탁한 물이 흘러나오는 것은 좁거나 막힌 척추관과 추간공 때문에 주변의 손상된 연골이나 디스크에서 흘러나온 염증 유발 물질들이 추간공 외부로 잘 빠져나가지 못하고 정체돼 있다가 어렵게 추간공 밖으로 흘러나오는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추간공 확장술 원리, 수동 물 펌프 작동원리와 유사
오래 방치된 수동 물 펌프가 구조적으로 완전히 고장 난 경우는 교체 혹은 고장 난 부분을 대대적으로 수리를 해야 하는데 이는 척추 수술이 필요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다행히 오래 방치된 상태에서 녹이 슬거나 곰팡이 등의 이물질로 좁아진 부위가 가운데 기둥에서 주둥이로 연결되는 부분이면 주둥이 쪽 부분만 잘 청소해 뚫어주는 것만으로도 재작동이 가능하다. 또한 주둥이 부근에 필터나 거름망 자체가 막힌 경우는 필터나 거름망 일부를 뜯어 주는 것만으로 물이 막힘없이 흘러 나가도록 할 수 있다.추간공 중에서도 신경가지나 혈관, 디스크 등 조직이 위치한 전방부의 배쪽 경막외강을 피해 후방부의 등쪽 경막외강의 안전 지역으로 진입해 추간공 내·외측과 척추관 후방부에 위치한 인대를 절제해 공간을 넓혀주는 추간공 확장술의 기계적인 치료 원리가 바로 이런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추간공 확장술 이후에도 가벼운 산책 권장
일상적으로 자주 사용하던 수동 물 펌프의 경우는 마중물을 넣고 몇 차례 펌프질만으로도 쉽게 지하수를 끌어올 수 있다. 그러나 오래 방치된 수동 물 펌프의 경우는 체중을 다 실어서 힘겹게 여러 차례 펌프질해야만 겨우 작동이 됨을 알 수 있다.여기서 오래 방치된 수동 물 펌프 내부에 녹이나 이물질이 다량 함유된 탁한 물을 수동 물 펌프 주둥이 밖으로 배출하기 위해 열심히 펌프질하는 동작이 추간공 확장술 이후에 집에서도 가볍게 계속 걸어주거나 가벼운 산책을 하는 상황에 매우 가깝다. 즉 가벼운 산책 시에 발을 반복적으로 들어 올리는 동작이 수동 물 펌프 손잡이를 작동하면서 펌프질하는 원리와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추간공 확장술의 기계적 치료 원리를 통해 좁거나 막힌 추간공을 넓혀줬더라도 척추관 및 추간공 내부의 염증이나 염증 유발 물질이 한 번에 다 즉시 배출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시술 직후에 병실에서 어느 정도 안정을 취한 이후에 침상에 계속 누워 있는 것이 아니라 병실 복도를 왕복하면서 가볍게 걷는 동작을 추천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물론 시술 직후에 갑작스럽게 무리한 동작이나 강도가 높은 육체 활동은 시술 부위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에 추간공 확장술 직후에 파워워킹이나 강도 높은 등산을 하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점진적으로 걷기의 강도나 시간을 늘려가는 것이 중요하다.
박경우 서울 광혜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