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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에 파리 여행일정 부탁해보니… 전문여행사 만큼 빡빡

입력 | 2023-05-24 03:00:00

홍은심 기자의 챗GPT 체험기
아침부터 저녁까지 세세하게 짜줘… 시차적응 안됐는데 일출 추천도
방대한 규모의 루브르박물관, 오전에 잠깐 보는 정도로 안내




루브르박물관은 전 세계 거장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세계적인 박물관이다. 해마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사용자가 물으면 원하는 답변을 척척 하는 ‘AI(인공지능) 챗봇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오픈AI의 AI 챗봇인 챗GPT가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으고, 마이크로소프트(MS)는 챗GPT의 성능을 개선한 AI 챗봇을 탑재한 검색엔진 ‘빙’을 내놨다. AI 챗봇은 방대한 분량의 언어 데이터를 학습해 사용자의 질문에 사람처럼 답변해준다.

열흘간의 해외 출장 일정으로 유럽을 방문한 주말. 챗GPT가 알려준 파리 여행 일정을 따라가 봤다.

챗GPT가 말한 에펠탑에서의 일출은 보지 못했지만 비교적 이른 시간에 나와서 한적한 에펠탑을 감상할 수 있었다.

챗GPT의 당일 파리 여행은 다소 빡빡했다. 아침 일찍이 일어나 에펠탑에서 일출을 봐야 한다고 했다. 전날 자정이 다 돼서 파리에 도착한 기자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아직 시차 적응이 됐을 리 없다. 일출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에펠탑 근처 카페에서 파리의 아침 식사는 할 수 있었다. 빵 냄새가 솔솔 풍기는 카페를 찾아 파리에 도착했음을 느끼며 크루아상과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먹었다.

전날 비가 조금 왔던지, 아침 공기가 상쾌했다. 기분 좋은 한국의 봄 날씨와 같았다. 에펠탑 근처 공원과 골목을 산책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호텔 방으로 들어왔다.

챗GPT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꼼꼼하고 세세하게 일정을 짜주었다. 아침 식사 후에는 센강을 따라 산책하며 멋진 파리의 풍경을 감상해야 한다고 했다. 강을 따라 3.5㎞ 정도 걸으면 루브르박물관과 유명한 노트르담 대성당이 나온다.

루브르박물관은 프랑스의 수도 파리 중심가 제1구에 있다. 제1구는 파리를 구성하는 20개의 행정구 중 하나다. 파리시의 중앙에 자리하고 센강 북안에 접해 있다.

열흘간의 해외 출장 일정으로 유럽을 방문한 주말. 챗GPT가 알려준 파리 여행 일정을 따라가 봤다. 나유진 zenovia.na@gmail.com

루브르박물관은 전 세계 거장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세계적인 박물관이다. 해마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세계 3대 박물관이지만 원래는 전혀 다른 용도로 쓰였다. 1190년 필립 2세가 앵글로 노르만족의 공격으로부터 파리를 보호하기 위해 외벽과 탑, 내부 건물로 이뤄진 요새를 지은 것이 루브르박물관 건물의 시초다. 아직도 루브르박물관 지하 홀 등 곳곳에 요새로 쓰였던 흔적이 남아 있다.

루브르박물관엔 ‘모나리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3만5000점의 작품이 전시 중이다. 1848년 이전까지의 작품들, 오롯이 고전주의 작품들로만 채워진 장소다.

누군가는 루브르박물관의 방대한 작품들을 제대로 보려면 3박 4일은 걸린다고 했다. 챗GPT의 여행 일정은 오전에 루브르박물관 방문 후, 샹젤리제 거리에 가서 쇼핑하는 것까지였다. 하지만 박물관에서 넋을 놓고 작품들을 감상하기 바빴던 기자의 다리는 이미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점심은 라틴 쿼터에 있는 협곡 거리에 가서 하라고 했다. 다행히 루브르박물관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2019년 화재로 복구공사 중인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남쪽으로 센강을 건너면 라틴 쿼터다. 학생이 많아지며 팽창한 일종의 학생 지구인데 파리 중세 대학의 시발점이 됐다. 13세기 토마스 아퀴나스가 이 대학에 처음 왔을 때 노트르담 신건물인 대성당은 준공한 지 얼마 안 된 백색 초고층 건축으로 유럽 대륙에선 높은 건물 중 하나다. 대성당과 대학은 하나의 유기체적 건축군을 이루며 중세 시대 아퀴나스 같은 세기의 천재를 파리로 끌었다.

늦은 점심을 하고 나니 이미 오후 4시가 넘었다. 챗GPT가 다정하게도 저녁 식사를 하기 전에 카페에서 유명한 파리의 디저트 마카롱을 맛보라고 한다. 이런 제안이면 얼마든지!

챗GPT를 따라 한 파리 여행은 어느 단체 여행사의 일정만큼이나 빽빽했다. 여유로운 파리를 즐기려면 발길 닿는 대로 다니길 권한다. 발길 닿는 곳곳에 아름다운 건축물과 유서 깊은 박물관이 있는 곳이 파리이므로.


파리=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