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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 미화 안돼”…‘조선공산당 표석’ 절도범, 정체 알고보니[사건 Zoom In]

입력 | 2023-05-23 16:09:00


12일 보수 유튜버 A 씨(55)가 서울 성북구청 앞에서 자신이 곡괭이로 훼손한 표석을 들고 있는 모습. A 씨 페이스북 화면 캡처


서울시가 중구 롯데호텔 앞에 설치한 ‘조선공산당 창당대회 터’ 표석을 훔친 범인이 약 22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보수 유튜버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표석을 훔치고 훼손한 A 씨(55)를 절도 등 혐의로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서울시 역사문화재위원회는 지난해 7월 노동당의 신청을 승인해 올 3월 30일 표석을 설치했다. 설치 한 달여만인 지난달 24일 표석이 사라졌고, 이튿날 서울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A 씨는 언론을 통해 서울시가 경찰에 자신을 수사의뢰한 사실을 알게 된 뒤 12일 서울 성북구청 앞에서 표석을 곡괭이로 찍어 훼손하고, 이 장면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렸다. 자신이 표석 절도범이라는 사실을 유튜브를 통해 스스로 밝힌 것이다.

A씨 유튜브 화면 캡처

A 씨는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산주의를 미화하는 표석을 그대로 둘 수 없어 지난달 24일 오후 11시쯤 인적이 드문 시간에 표석을 발로 차 뽑았다”고 밝혔다. A 씨는 “범행 이전에도 여러 사람이 발로 찬 듯 표석이 헐거워진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자신이 가져간 표석을 반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표석을 성북구 장위동에 묻어뒀다”며 “5·18민주화운동 관련 행사에서 전두환 비석을 밟으면서 조롱했듯이 (보수 성향의 전광훈 목사가 있는) 사랑제일교회나 국립현충원 앞에 발판으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같은 자리에 표석을 새로 세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표석 재설치는 사회적 공감대 등 여론을 수렴해 전면 재검토한 뒤 결정할 계획”이라면서도 “사실상 재설치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