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경쟁률 최대 266 대 1을 기록한 일본 도쿄의 ‘하루미 플래그’ 아파트. 2020 도쿄올림픽 선수촌으로 쓰인 이 아파트는 분양가가 최고 31억 원이 넘고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사히신문 제공
23일 일본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최근 도쿄올림픽 선수촌 아파트 ‘하루미 플래그’의 일부 평형 분양 경쟁률이 최대 266대1을 기록했다. 최고 분양가가 3억2700만 엔(약 31억 원)에 달할 정도로 비싸지만 이례적인 분양 대성공을 거뒀다.
이는 도쿄에서 보기 드문 5632채 대규모 단지, 최근의 경기 호황, 올림픽 선수촌의 후광 등을 반영한 현상으로 풀이된다. 일부 투자자는 분양가에 이른바 ‘프리미엄’(웃돈)을 얹어 전매에 나섰다. 이렇듯 과열 조짐이 보이자 대표 분양사 미쓰이부동산은 다음 달 50층 아파트 2개 동 분양에 대해서는 “1인당 2채까지만 구매할 수 있다”고 제한했다.
하루미 플래그는 도쿄의 관광 명소 ‘오다이바’와 도심 ‘긴자’ 사이에 있는 인공 매립지에 만들어졌다. ‘매립지는 지진에 약하다’는 일부 부정적 의견이 있을 뿐 아니라 일본에서 가장 중요한 아파트 입지 평가 요소로 꼽히는 ‘전철 접근성’ 또한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도 불꽃 튀는 청약 경쟁이 벌어져 일본 부동산 시장의 호황 정도를 짐작케 한다.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신축 분양 아파트 평균 가격은 1억4360만 엔을 기록해 사상 최초로 첫 1억 엔(약 10억 원)을 돌파했다. 1년 전보다도 2.2배 높아졌다. 일본에서는 1억 엔이 넘는 아파트를 ‘1억 엔’과 ‘맨션’의 합성어인 ‘억션’으로 부른다. 하루미 플래그 외에도 최근 도쿄 도심에 속속 초고가 재개발 아파트의 분양이 성공한 영향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