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 충남 아산시 경찰대학에서 열린 2023년도 경찰대학 43기 신입생과 제1회 편입생, 제72기 경위공채 합동 입학식에서 신입생들이 경례하고 있다. 2023.3.2/뉴스1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으로 빠져나가는 학생들을 세금으로 지원하자는 말입니까.”
“인재를 경찰 조직으로 유치할 수 있는 마지막 유인책입니다.”
경찰대 폐지 여부를 놓고 경찰제도발전위원회(경발위)에선 지난 8개월 동안 이 같은 격론이 이어졌다. 찬반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에 결국 경발위는 23일 마지막 회의 후에도 “논의 기한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경찰대 폐지 찬반, 팽팽하게 나뉘어”
지난해 9월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된 경발위는 당초 이날 표결을 마치고 경찰대 개혁안 등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마친 박인환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경찰대 폐지 문제는 위원들 간 이견이 아직도 팽팽하다”며 “다음 달 회의를 27일 열고 계속 논의하되 연말 전에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최대 쟁점은 경찰대 학사과정 및 경위 자동임용제 폐지 여부였다.
사실상 경찰대 폐지를 의미하는 학사과정 폐지에 찬성하는 위원들은 “전액 국비 지원을 받는 경찰대 학생들이 최근 로스쿨로 대거 빠져나가 ‘로스쿨 육성학교’란 말이 나올 정도”라며 “엘리트 경찰 육성이 필요했던 과거와 상황이 달라졌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학사과정 유지를 주장하는 위원들은 “범죄 수법이 고도화된 상황에서 경찰대가 폐지되면 인재를 유인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대 출신이 고위직을 독점하는 배경이 되는 졸업생 자동 경위임용제에 대해서도 “불공정한 제도인 만큼 폐지하자”는 의견과 “제도는 유지하되 졸업시험을 강화하자”는 의견이 맞섰다고 한다.
● 경찰대 준비하는 수험생들 ‘전전긍긍’
전체 경찰 13만 명 중 3%에도 못 미치는 경찰대 출신들이 고위직을 독차지하고 하위직의 근무 의욕을 저해한다는 지적은 노무현 정부에서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총경 이상 계급 754명 가운데 경찰대 출신은 469명으로 62.2%에 달한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도 ‘경찰대 폐지’를 공약했고 경찰대 신입생을 100명에서 50명으로 축소하는 등 개혁 조치를 취했다.현 정부 출범 후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해 7월 “특정 대학을 졸업했다는 이유만으로 남들이 20년 걸려야 가는 자리부터 시작하는 건 불공정하다”며 경찰대 개혁에 불을 당겼다. 다만 경발위가 졸업생 경위 자동 임용 제도나 학사과정 폐지를 결정하더라도 당분간은 시행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둘 다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찰대 입학이나 편입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경위 임용제가 사라지면 경찰대에 갈 이유가 없어진다”며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다. 반면 간부후보생 또는 순경 입직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출신과 상관없이 같은 선상에서 출발하는 게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