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전문가 현장시찰단장을 맡은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원전 시설 및 방사선 분야 전문가 19명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의 해양환경방사능 전문가 1명 등 21명으로 구성된 시찰단은 이날부터 5박6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다. 2023.5.21/뉴스1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관련 시찰을 위해 일본을 방문 중인 한국 정부 시찰단이 23일 후쿠시마에서 원전 내부에 들어갔다. 시찰단은 이날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방사성물질 제거 핵심 시설인 다핵종제거설비(ALPS)와 오염수 저장 정화 시설인 K4 탱크, 오염수 이송 관련 주요 설비, 핵종(원자핵의 종류) 분석 장비 등을 점검했다.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시찰단장)은 “고성능 ALPS가 3개 설치돼 있는 것을 확인했고 시설들이 어떤 원리로 어떻게 핵종을 제거하는지 중점적으로 확인했다”며 “우리가 당초에 보려고 계획했던 설비들은 다 봤다”고 밝혔다.
한국 국민들이 오염수에 정서적 불안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 유 위원장은 “우리가 집중하려고 하는 것은 과학의 영역”이라며 “과학적으로 어떤 것을 봤다고 (국민들에게) 상세히 말씀드릴 수 있다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시찰단 도착 현장에 취재진 북적
시찰단 일행은 전세버스를 타고 이날 오전 9시 반경에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12km가량 떨어진 도쿄전력 폐로자료관 주차장에 도착했다. 버스 창문에는 커튼이 쳐 있었다. 시찰단은 자료관 도착 후 곧바로 앞 유리에 ‘시찰단 전용’이라고 쓰인 종이가 붙은 버스로 갈아타고 원전으로 향했다. 시찰단은 시찰을 마친 뒤 오후 7시 20분 폐로자료관에 도착해 버스를 갈아타고 곧바로 현장을 떠났다. 현장은 시찰단을 취재하려는 한국, 일본 취재진으로 북적였다. 도쿄전력 측 관계자로 보이는 푸른색 작업복 차림의 사람들이 자료관에 나와 시찰단을 안내했다.
시찰단은 원전에서 오염수 해양 방출 설비 돌발 상황 발생 시 작동하는 긴급 차단 밸브, 방사선 감지기 등을 점검했다. 시찰단은 이날 ALPS를 점검하면서 도쿄전력에 핵종 제거 전과 후의 방사능 농도를 비교한 자료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시찰 현장에는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도쿄전력 측이 설명하면서 시찰단의 질문에 답했다고 한다.
● “시찰단 활동은 검증 아냐” 日 정부 견제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국 시찰단에 관해 “시찰을 통해 한국 국내에서의 처리수 해양 방류의 안전성에 대해 이해가 깊어지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시찰의 성격을 놓고 일본 정부는 검증이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이날 시찰에 대해 “한국 국내의 이해를 깊게 하기 위한 시찰, 설명이지 안전성의 평가, 검증, 리뷰가 아니다”라며 “(오염수 삼중수소의) 방출 예정량은 22조 Bq(베크렐)을 밑도는 수준으로 한국 월성원전의 71조 Bq보다 훨씬 낮은 값”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일본 내에서도 오염수 방출을 두고 찬반이 나뉘어 있다. 특히 현지 어민들의 반대가 크다. NHK방송은 “일본 내 모든 어업협동조합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고 (후쿠시마) 현지에서도 어업 종사자를 중심으로 후효히가이(風評被害·근거 없는 소문이라는 뜻의 일본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뿌리깊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2015년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어련)와 “관계자의 이해 없이 어떤 처분도 실시하지 않는다”는 문서를 체결했다.
후쿠시마=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