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일각서 한동훈 출마의 유불리 따지기 시작 수도권 중도층 못 잡으면 필패라는 고민 본격화
이승헌 부국장
화려한 외교의 시간이 일단 막을 내리고 다시 현실의 시간이다. 정치적으로는 내년 4월 총선의 시간이 시작됐다.
이와 관련해 얼마 전부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주변에서 전에 없던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내년 총선 불출마 가능성을 언급하는 사람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중진 A 의원은 “한동훈이 총선에 나설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통령실 참모는 “한 장관의 총선 출마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한동훈 출마는 불변의 상수였다. 지역구일지 비례대표일지, 지역구라면 어디에 나갈지가 관심이었다. 정치권에선 서울 강남-서초 라인 출마설부터 마포 등 ‘한강 벨트’ 출마 가능성이 나왔다. 한 장관이 송파에 관심 있다는 말도 있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잠시 한동훈 당 대표론이 나온 것도 그의 총선 출마가 전제였다.
우선 현시점에서 한동훈 없는 윤석열 내각을 생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호불호를 떠나 한동훈만큼 존재감을 보여주는 국무위원이 없기에 대체재를 찾기 쉽지 않다는 현실론이다. 친윤계인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한 장관 취임 1년 됐다고 법무부 앞에 지지자들이 꽃 보낸 것을 봐라. 최근 어느 국무위원이 그런 적 있나”라고 했다.
또 하나는 내년 총선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로 진행될 것인 만큼, 윤 대통령의 정치적 페르소나인 한동훈이 전면에 나서는 게 과연 유리할지를 놓고 여권에서 이전보다 다양한 의견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한국갤럽 발표 기준으로 윤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이 37%, 부정이 56%였다. 김남국 코인 논란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32%, 더불어민주당은 33%였다. 현 선거구제가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국민의힘(114석)이 1당이 되려면 민주당(167석)에서 27석 안팎을 빼앗아야 한다. 영호남은 지난 총선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전제하에 충청권의 변화를 감안해도 20석 이상을 지난 총선에서 참패한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서 더 가져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19일 갤럽 조사를 보면 서울의 윤 대통령 지지율은 38%, 인천·경기는 35%다. 국민의힘은 서울 28%, 인천·경기 31%로 민주당의 서울 35%, 인천·경기 36%보다 각각 7%P 5%P 낮다. 외교에서 성과를 내자 대구·경북이나 충청권에선 지지율이 올라가지만, 정작 의석이 몰려 있는 수도권의 중도층을 공략하려면 인물이든 국정 운영이든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런 관점에서 한동훈의 강점인 대야(對野) 전투력에 대한 평가도 다양해지고 있다. 한 장관이 김의겸 김남국 등 야당 의원을 박살 내면 팬들은 열광한다. 하지만 중도 확장성을 고민하는 보수층에선 “경량급 상대로 싸움만 할 거냐”며 피로감을 느낀다는 말도 나온다.
현재로선 한동훈 불출마론은 소수 의견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여권에서 전국적 인지도를 갖고 선거판을 치어리딩할 수 있는 인물이 안철수 나경원 외엔 한동훈밖에 없다. 하지만 전에 없던 한동훈 불출마 이야기가 나오는 건 그만큼 총선을 복잡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여권 내 그룹이 생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 장관이 정치에 뜻이 있다면 이런 점도 미리 고려해야 할 것이다. 곧 여름 가을 지나 공천 판이 벌어진다. 선거의 시간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이승헌 부국장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