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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 수준 도달한 한국 이커머스, 다음 행보는 ‘해외’

입력 | 2023-05-24 03:00:00

[마켓 NOW]
한국 이커머스, 전체 소매시장 33~34%
거래액 성장해도 전체 시장 비중은 정체
쿠팡 등 해외로, 큐텐·아마존은 국내로… 국경 허물며 치열해진 크로스보더 경쟁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포화 수준에 다다랐다는 통념은 사실일까. 실제 데이터를 살펴보자. 미국 시장조사회사 이마케터(eMarketer)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 전체 소매 판매 시장에서 이커머스는 30.1% 비중을 차지한다. 45.3%의 중국, 35.9%의 영국에 이어 세 번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도 전체 소매 판매액 625조5000억 원 중 온라인 쇼핑은 33.6%를 차지했다. 이마케터의 조사와 비슷한 수치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온라인 쇼핑몰 거래는 전년 대비 10.3% 성장하며 전체 소매 판매액 성장률 5.6%에 비해 두 배가량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비중은 1.4%포인트 성장에 그쳤다. 올해 3월 잠정치 기준 비용도 34.5% 수준으로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지는 않다. 중국이 45.3%인 상황에서 영국과 한국도 비슷한 수준까지 성장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33∼34% 비중을 유지한 지 꽤 오래된 상황이다. 중국도 비슷한 비중을 유지하고 있어 동남아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이커머스가 향후 자국 내 추가 성장을 진행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면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은 어떤 행보를 보이고 있을까? 최근 뉴스들에 따르면 이들은 대안을 이미 마련한 것처럼 보인다. 국내 안정화와 해외 시장 공략에 집중하는 쿠팡과 네이버의 행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쿠팡의 매출은 올해 1분기(1∼3월) 58억5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1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 3분기(7∼9월), 4분기(10∼12월)에 이어 3개 분기 연속 영업 흑자를 기록했다.

쿠팡의 호실적은 로켓그로스의 영향이 크다. 로켓그로스란 쿠팡이 이미 운영하고 있는 물류센터들에 셀러들의 상품을 적재해 효율을 높이면서 그에 따른 추가적인 수수료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서비스다. 고정비 투자가 미미하면서도 추가 매출원을 기대할 수 있다. 대만 진출에서도 유의미한 실적들을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트래픽업체 시밀러웹이 집계한 ‘대만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만 앱’에 따르면 쿠팡 앱은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각각 게임 앱을 제외한 쇼핑 앱 1위를 차지했다.

네이버도 1분기 호실적을 기록하며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해외로의 확장성을 보여줬다. 특히 커머스 부문에서는 포시마크 인수로 1분기 커머스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19.7% 늘어난 11조6000억 원을 기록했고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흑자 전환까지 달성했다. 포시마크 인수 효과를 제외하더라도 전년 동기 대비 13.2% 증가해 국내에서의 내실도 챙겼다. 포시마크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미국에서 C2C(개인 간 중고 거래) 시장이 역성장인 가운데서도 거둬들인 호실적이다.

최근 싱가포르 이커머스 업체인 큐텐이 국내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 등을 인수하며 포화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각 기업의 직구 및 역직구로 대변되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가 활발해지고 있다. 11번가도 아마존과 손을 잡으며 한국 이커머스 업계에 크로스보더 이커머스가 대세임을 보여줬다.

이제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력보다는 해외에서의 경쟁력이 더 중요해진 시기다. 이커머스 전쟁이 누구의 승으로 끝날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양질의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빠르게 배송받을 수 있는 옵션이 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