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워킹맘 타깃-호텔셰프 활용 등 차별화된 제품과 배송 경쟁력 활용 롯데마트-홈플러스 등 PB 매출↑ 쿠팡판매 中企 PB 매출 36% 증가
최근 고물가 기조가 계속되면서 유통업계의 자체 브랜드(PB) 제품이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각 업체는 저렴한 가격을 강조했던 기존의 ‘가성비’ PB상품을 넘어 상품 고급화와 배송에서의 차별화된 서비스 등을 강화하면서 대기업의 대표 상품을 위협할 정도로 PB상품군 매출을 높여가고 있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롯데마트의 전체 PB 매출은 지난해 동 기간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홈플러스도 온라인 기준 PB ‘홈플러스 시그니처’의 매출이 36% 늘어났으며, 이마트 PB ‘노브랜드’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2.8% 올랐다.
요즘 출시되는 PB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세분화된 마케팅과 차별화다. 롯데마트는 최근 PB 브랜드 강화를 위해 기존에 운영하던 여러 PB 제품 라인을 리뉴얼 통합해 ‘오늘좋은’을 론칭했다. 유행을 비롯해 맛, 안전성, 편의성 등에 모두 민감한 30대 워킹맘을 타깃 고객층으로 설정했다. 이마트는 노브랜드의 품목 수 강화, 피코크 라인 고급화 등을 통해 PB 라인을 꾸준히 강화 중이다. 특히 피코크의 경우 레시피 고급화를 위해서 조선호텔 출신 셰프와 바리스타를 채용하고 유명 맛집과 컬래버레이션을 해 프리미엄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PB 제품 활성화에는 제조사와 유통업체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중소 제조업체는 재고 부담 경감, 판로 확대에 좋고 유통업체는 마진율을 높일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제조사는 유통업체의 주문대로 만들어주기만 하면 대개 유통업체가 대량 직매입하기 때문에 재고 부담이 없다”며 “유통업체도 매입 원가부터 마진율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상품 대비 마진율이 5∼10%가량 더 높다”고 말했다.
고물가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PB 강세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현재 15∼20% 수준인 PB 비중이 30% 안팎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대형 유통사들이 PB 제조를 주도하면서 믿을 만한 제품이란 인식이 자리 잡히고 있다”며 “고물가가 이어지는 데다 아직 우리나라는 해외 선진국들에 비해 PB 비중이 여전히 낮다는 점에서 앞으로 PB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