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1조 저출산 예산 부풀려져 9조는 ‘줬다 돌려받는’ 주택 융자 엉뚱한 사업 ‘저출산’ 붙여 예산 따내 실제론 OECD 70%… “착시 걷어야”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지난해 저출산 대응 예산 총 51조216억 원을 분석했더니, 실제 국민들이 지원받는 금액보다 부풀려져 있거나 저출산과 관련이 없는 정책의 예산이 상당수 섞여 있었다. 저고위는 저출산 대응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는데도 내실 없이 집행돼 그 효과를 체감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저출산 정책의 비용과 효과를 따지는 검증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 저출산 정책 이름 붙이면 예산 따기 쉬워
학교 시설을 현대화하는 ‘그린 스마트 스쿨 조성’에 쓰이는 1조8000억 원처럼 저출산 대응과 거리가 먼 사업도 여럿 포함돼 있다. △고교 학점제 도입 기반 조성(427억 원) △중소기업 원격근무 활성화(410억 원) △여성 과학기술인 지원(150억 원)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24억 원)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각 정부 부처에서 일단 ‘저출산 정책’이라고 이름을 붙이면 상대적으로 예산을 배정받기 수월하다고 보는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전했다.
● “저출산 예산 ‘착시효과’ 걷어낼 것”
저고위가 밝힌 2006∼2021년 저출산 대응에 투입된 예산은 280조 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 기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13명에서 0.81명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0.78명으로 더 떨어졌다.전문가들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저출산 예산’이라는 개념 자체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 대신 저출산 대응에 투입되는 재정의 규모를 따질 때는 아동에 대한 현금성 지원, 보육 서비스 등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족 지출’이라는 지표를 쓴다. 이 지표가 2019년 기준 한국은 1.5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25%)의 약 70% 수준에 그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은 저출산 대응에 돈을 제대로 쓰지도 않고 쓴 척하는 셈”이라며 “저출산 예산의 기준을 명확히 하고 실제로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예산이 무엇인지 분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