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소재 韓유물 연구 박남수 연구원 “日학계 명칭 무조건 따르지 말고 역사성 드러나게 새 이름 붙여야”
일본 스다하치만신사에서 발견된 인물화상경. 일본은 명문이 있는 일본의 가장 오래된 청동 거울이라며 ‘스다하치만신사 인물화상경’을 1951년 국보로 지정했다. 국사편찬위원회 제공
“유물의 명칭은 유물의 역사를 이해하는 첩경입니다. 일본 학계가 명명한 것을 무비판적으로 따를 게 아니라 연구를 통해 알맞는 새 이름을 붙여야 합니다.”
박 연구원은 책에서 일본 학계가 명명한 유물의 이름을 한국 고대사에 비춰 새롭게 명명했다. 일본 쇼소인(正倉院)에 소장돼 있는 ‘좌파리가반(佐波理加盤) 부속문서’를 ‘신라 내성(內省) 문서’로 바꿔 부르는 식이다. 이 문서는 1930년대 쇼소인 남쪽 창고에서 유기그릇의 일종인 좌파리가반을 정리하던 중 포개진 사발 사이에서 꼬깃꼬깃 접힌 채로 발견됐다. 학계에서는 8세기 전반 신라에서 수공업을 담당하는 관청인 공장부 등에서 만들어진 사발이 일본에 수출되면서, 사발을 보호하기 위해 이 문서로 감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문서에 공물(貢物)과 관리 급여인 녹봉(祿俸)에 대한 내용이 기록돼 있어 신라 궁궐의 사무를 총괄하던 내성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또 일본 국보 ‘스다하치만신사 인물화상경(人物畵像鏡)’은 ‘백제 동성왕 인물화상경’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했다. 박 연구원은 이 청동 거울의 제작 시기를 491년으로 보면서 “5세기 후반 일본에서 기거하다 귀국한 백제 왕은 동성왕이 유일하다는 점으로 미뤄 명문 속 ‘대왕(大王)’은 곧 동성왕을 가리킨다”며 “491년 백제 동성왕이 전쟁과 수재를 겪고 난 뒤 제례용으로 제작한 거울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박 연구원은 “일본 학자들이 정한 명칭에서는 우리 역사와 관련된 티끌만 한 실마리도 찾을 수 없다”며 “이번 책은 유물의 역사를 제대로 들여다보려는 시도”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