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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지휘 맡은 빌마이어, “여성 지휘자는 편견과 싸우며 엄청 노력”

입력 | 2023-05-24 11:13:00

헤이그 대표악단 수석지휘자…내달 9일 서울시향 지휘
교향곡 템포는 리허설에서 결정…“운동으로 체력 충전”




6월 9일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하는 독일 여성 지휘자 안야 빌마이어. 그는 “여성 지휘자들은 혜택을 얻는다는 생각을 잠재우기 위해 엄청 노력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출처 안야 빌마이어 홈페이지 ·ⓒMarco Borggreve

21세기 약진 중인 세계 여성 지휘자의 목록에서 독일 지휘자 안야 빌마이어(45)의 이름은 그 앞줄에 놓인다. 프라이부르크 음대와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에서 지휘를 전공하고 카셀 주립극장 음악감독을 지낸 그는 2018년 네덜란드의 행정수도 덴하흐(헤이그)를 대표하는 119년 역사의 명문 악단 레지덴티 오케스트라(때로 ‘헤이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로 표기됨)를 처음 객원지휘했고 다섯 달 뒤 이 악단 차기 수석지휘자로 깜짝 지명됐다. 핀란드 라티 교향악단 수석객원지휘자도 맡고 있는 그가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처음 지휘한다. 6월 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22세의 스웨덴 바이올린 신예 다니엘 로자코비치와 생상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을 협연하고 영화 ‘헤어질 결심’ 삽입곡으로 한층 친숙해진 말러 교향곡 5번을 메인곡으로 연주한다. 그를 18일 메신저 앱으로 만났다.

6월 9일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하는 독일 여성 지휘자 안야 빌마이어. 그는 “여성 지휘자들은 혜택을 얻는다는 생각을 잠재우기 위해 엄청 노력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출처 안야 빌마이어 홈페이지 ·ⓒMarco Borggreve


―노래와 리코더를 사랑하는 어린이였는데 지휘자가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늘 노래를 하셨고 저도 그랬죠. 리코더와 피아노를 배운 건 잠깐이었고 원래 관심은 성악이었습니다. 노래가 어떻게 음악이 되는가에 관심이 있었고 자연스럽게 지휘를 전공하게 됐죠.”

―이번에 연주하는 말러 교향곡 5번은 한국에서도 팬이 많습니다.
“어릴 때 알던 말러는 멜로디를 흥얼거릴 수 있는 음악이었죠. 하지만 자라면서 말러에 대한 느낌은 특별하다고 할 정도로 크게 변했습니다. 교향곡 5번에 대해서는 ‘암흑에서 광명으로’ 변화하는 ‘초월’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 곡의 4악장 빠르기에 대해 논란이 있습니다. 어떤 지휘자는 14분 걸리지만 말러는 그 두 배로 빠르게 연주했다는 등….
“어떤 게 진정한 빠르기인가에 대한 논란은 관심이 없습니다. 빠르기는 리허설 순간에 결정됩니다. 그날 만나는 악단과 대화를 통해 교감하고 이후 공연장 분위기에 따라 템포를 조절하죠.”

6월 9일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하는 독일 여성 지휘자 안야 빌마이어. 그는 “여성 지휘자들은 혜택을 얻는다는 생각을 잠재우기 위해 엄청 노력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출처 안야 빌마이어 홈페이지 ·ⓒMarco Borggreve


―여성이 지휘대에 오르는 것에 대해 아직 제한이 많고, 그 반대로 여성에게 혜택이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여성 지휘자들은 ‘실력이 없는데 여자라서 기회를 얻는다’는 생각을 잠재우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합니다. 지휘 무대는 신인이 실패할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대체할 지휘자가 넘치기 때문이죠. 여자든 남자든 마찬가지입니다. 신인 지휘자에게 충분히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레지덴티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로 임명될 때 그 신속함이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우리 악단의 행정감독이 원래 제게 관심을 가졌고 제가 지휘하는 오페라 공연을 보러 오기도 했습니다. 이 오케스트라를 처음 지휘한 다음날 식사자리에서 제안을 받았죠. ‘이런 사람들과 함께라면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한국을 찾는 소감이 궁금합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이번 시즌 레지덴티 오케스트라 상주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어 한층 한국을 가깝게 느끼고 있습니다. 하노버와 카셀 극장 등에서 오페라를 지휘하면서 한국인 가수나 합창단원들과 많이 알게 됐죠.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김봄소리와도 협연했습니다. 서울시향의 명성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취미가 자전거 타기, 서핑, 스키라고 들었습니다.
“지휘도, 비행기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하는 건 체력이 많이 드는 일이어서 시간 나는 대로 육체 활동으로 체력을 충전합니다. 이번 여름엔 자유롭게 말을 풀어놓아 키우는 농장에 가보려고 합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