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뉴시스 자료사진
앞으로 프랑스에서 기차로 2시간 반 내에 이동할 수 있는 지역으로는 국내선 운항이 금지된다.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프랑스 정부가 내놓은 조치다. 정부는 “탄소 배출 감축의 이정표”라며 홍보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이 조치의 도입으로 실제 줄어드는 항공기 탄소 배출량이 0.3%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비행기 온실가스 배출량 기차의 6배 이상”
23일(현지 시간) 프랑스 에너지전환부는 국내선 항공 노선 중 기차로 2시간 반 안에 갈 수 있는 노선의 운항을 금지하는 법령이 이날 발효됐다고 발표했다. 클레망 본 프랑스 교통장관은 성명을 내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꼭 필요한 단계이자 강력한 상징이 될 조치”라고 했다. 앞서 프랑스 의회는 2021년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 법령의 시행으로 사라지는 항공 노선은 단 3개에 불과하다. 파리 오를리 공항과 보르도, 낭트, 리옹 등 3개 도시를 잇는 항공 노선이 법령에 따라 폐지된다. 해당 3개 노선과 거리가 비슷한 단거리 노선이라도 기차로 이동할 때 2시간 반 넘게 걸리면 이번 조치에서 제외된다. 장거리 노선은 이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비행기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교통수단인 건 사실이다. 국내선 비행기의 탄소 배출량이 기차의 6배 이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영국 사업·에너지·산업전략부와 환경식품농무부가 2019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km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국내선 비행기(254g) △국제선 비행기(195g) △1인 탑승 차량(171g) △버스(104g) △4인 탑승 차량(43g) △국내선 기차(41g) 순으로 많다.
●3개 노선만 폐지…탄소 감축량 “0.3% 불과” 지적도
하지만 새 법령 시행에 따른 탄소감축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시민단체 교통과환경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에 폐지되는 3개 노선의 탄소 배출량은 프랑스 국내선 노선의 약 3%, 프랑스 이륙 전체 항공편의 약 0.3%를 차지하는데 그친다고 CNN이 보도했다. 이에 새로운 조치가 거창한 구호일 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기욤 슈미트 전 에어프랑스조종사노조 부회장은 “(이번 조치로 운항이 중단되는 3개 노선은) 원래도 승객들이 항공편을 잘 사용하지 않는 구간”이라고 트위터에 썼다.
당초 계획과 달리 기준을 크게 완화한 탓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프랑스 정부는 국내선 운항 제한 기준을 ‘기차로 4시간 이내 거리’로 잡으려고 했지만 프랑스 최대 항공사인 에어 프랑스-KLM과 일부 지역자치단체 반대로 기준을 ‘기차로 2시간 반 이내 거리’로 완화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