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투입됐다가 부상을 입었던 계엄군이 자신을 치료해준 광주시민들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광주를 찾았다.
24일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5·18 진압을 위해 투입됐던 20사단 출신 계엄군 박윤수(66)씨가 묘역을 찾아 참배했다. 20사단 출신 계엄군이 민주묘지를 참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추념탑에 헌화·분향한 박 씨는 20사단 62연대 2대대가 국군통합병원 탈취 작전 도중 벌인 민간인 학살로 희생된 고(故) 이매실씨의 묘소와 7살 나이로 행방불명된 이창현 군의 가묘 등에서 묵념했다.
당시 20사단 62연대 1대대 당직병으로 근무했던 그는 1980년 5월21일 오전 시위 진압을 위해 투입된 병력과 함께 광주 시내로 진입했다.
서구 화정동 일대에서 시민들과 마주친 그는 투석전에 휘말려 부상을 당했다. 시민들은 5월 18일부터 이어졌던 계엄군의 잔혹한 진압 만행에 격분해있던 상태였다.
그는 부상 직후 중태에 빠졌지만 곧바로 시민들이 부축해 광주 북구의 한 병원으로 옮겨진 뒤 치료를 받았다.
그는 병원 입원 기간 동안 시민들이 소재를 숨겨준 덕에 항쟁 직후인 5월 28일 부대로 무사히 복귀했다.
조사위는 이 같은 사연을 접하고 2년 동안 수소문한 끝에 최근 박씨를 구해줬던 시민과 의사를 찾았다.
조사위는 이날 오후 북구 임동 소재 한 병원에서 박씨와 그를 구해준 의사, 시민과 만나는 자리를 만들었다.
박 씨는 “늦었지만 당시 저를 거둬준 광주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자 한다. 다시 오는 광주는 마음이 아픈 곳”이라며 “(광주시민과 계엄군) 서로 5·18 당시 생긴 상처가 여전히 깊다. 43년 전 저를 보듬어 준 당시처럼 나아가 모두가 화해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광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