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라도 아버지의 이름과 희생을 기억해줘 고맙습니다.”
고 박학철 소방사(사망 당시 26세)의 딸 박소정 씨는 1983년 화재현장 출동 중 순직한 아버지의 유해가 40년 만인 25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되는 심경을 이 같이 밝혔다. 박 소방사는 울산 북구에서 주택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하다 차량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박 씨는 “늦었지만 아버지를 동료 소방관들과 함께 현충원에 모실 수 있게 돼 마음이 놓인다. 아버지도 편안하게 잠드실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2005년 국립묘지법을 만들며 소방공무원의 경우 1994년 9월 1일 이후 순직한 소방공무원만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있게 했다. 그러다보니 박 소방사처럼 그 전에 순직한 소방공무원들은 일반 묘지에 묻혀 있어야 했다.
이날 합동 안장되는 소방영웅은 고 김영만 소방원, 고 서갑상 소방교, 고 박학철 소방사, 고 정상태 소방사, 고 최낙균 소방장 등이다.
고(故) 김영만 소방원. 소방청 제공
동료들이 시신을 수습해 미군정이 마련해 준 부산 북구의 장지에 안장했지만 1990년대 묘 주변이 개발되며 유해를 찾기 어렵게 됐다고 한다. 미국에 거주하던 유족들이 귀국해 수소문했지만 끝내 유해를 찾지 못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유해가 없어 25일 합동 안장식에서도 위패만 모시게 됐다”고 설명했다.
1981년 군산 장미동 유흥주점 화재현장에서 순직한 고 서 소방교는 전라북도의 한 공원묘지에 잠들었는데 1991년부터 27년 동안 묘지 관리비가 미납된 채 방치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순직소방공무원추모기념회가 2018년 이 사실을 인지하고 미납금을 대납했다.
이소정기자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