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세관 별도 분리해 마약단속 인력 확충해 마약 밀수 경로 차단 우범자 선별, 수화물 X선 검사 등 7월부터 첨단시스템 구축 시범운영
지난달 여행용 캐리어에 필로폰 8182g을 숨겨 인천국제공항으로 밀반입하려던 외국인 마약 밀수범이 인천공항세관에 적발됐다. 필로폰 8182g은 27만2000여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관세청 제공
“국경에서 마약을 놓치면 유통 단계에서는 10배, 20배의 노력으로도 적발하기 어렵다.”
이달 18일 열린 전국 세관 마약조사관 회의에서 윤태식 관세청장은 세관의 마약 단속 역할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전국에서 하루 평균 약 6만 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필로폰 투약 기준)의 마약 밀수 시도가 적발되면서 ‘마약과의 전쟁’에 나선 것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국면 속 여행자 증가와 함께 여행자를 가장한 마약 밀수도 급증하고 있어 세관이 총력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인천공항을 통해 7차례에 걸쳐 필로폰, 엑스터시 등 약 8만 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의 마약을 들여온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경기 부천시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인천공항을 통해 케타민 308g 등 시가 2억3000만 원 상당의 마약을 들여온 B 씨(27) 일당과 매수자 등 74명이 대거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A 씨와 B 씨 일당은 모두 마약을 몸에 숨긴 뒤 여행객인 척 국내로 들여왔다. A 씨 일당은 겹겹이 입은 속옷 안에 마약을 숨긴 뒤 티가 나지 않도록 체격이 큰 남성을 운반책으로 이용했다. 세관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주로 공항에 사람이 많이 몰리는 휴가철이나 주말을 이용했다. B 씨 일당 역시 세관의 눈을 피하기 위해 마약 전과가 없는 사람을 운반책으로 활용했다.
이처럼 항공 여행객을 가장한 마약 밀수는 코로나19 방역이 완화된 올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1∼4월 항공여행자 마약 적발 건수는 5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7건의 약 2배로 증가했다. 특히 적발된 마약 양이 지난해 1∼4월 3kg에서 올해 48kg으로 16배로 급증하면서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세관은 소량 마약 밀수는 감소한 반면 한 번에 많은 양의 마약을 밀수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급증하고 있는 항공 여행객 마약 밀수를 막기 위해 태국 등 우범국에서 출발하는 항공기에 대한 검사를 확대하고, 마약 은닉이 의심되는 여행자에 대한 검색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올 7월부터는 우범자 선별 정보와 해당 승객의 기탁수화물 X선 검사 영상정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해 시범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인천공항본부세관 관계자는 “출입국 내역뿐 아니라 마약 우범국 경유 여부 같은 다양한 정보를 분석하는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며 “마약이 인천공항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