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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기금리 역전에… 회사채 발행 잇단 흥행

입력 | 2023-05-25 03:00:00

CD 91일물 한달새 0.3%P 뛰어
국고채 3년물보다 높은 ‘역캐리’
기관투자가들 회사채 투자 눈돌려
SK 3000억 모집에 1조7800억 몰려




채권 시장에서 단기물 채권 금리가 오름세인 반면 국고채 금리는 기준금리를 밑돌며 ‘역(逆)캐리’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채권 투자자는 단기물로 자금을 조달한 후 상대적으로 만기가 길고 금리가 높은 장기 채권에 투자해 금리 차이만큼 이익을 얻는데, 단기물 금리가 오르면서 투자 수익보다 자금 조달 비용이 더 들어가는 역캐리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에 채권 시장의 자금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회사채에 몰리는 모양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단기 조달금리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은 지난달 3.4%대에서 3.7%대로, 통화안정증권(통안채) 91일물도 같은 기간 3.2%대에서 3.4%대 후반으로 금리가 상승했다. 이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단기 채권의 금리 하락이 과도하다고 발언한 이후 기획재정부와 한은이 단기채 발행을 확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재부는 재정증권(63일물)의 발행을 지난달 4조 원에서 이달 7조5000억 원으로 늘렸다. 한은 또한 5월 통안채 발행을 14조 원으로 지난달보다 3조 원 늘리기로 했다. 이 같은 발행 확대가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여전히 기준금리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달 국채 3년물 금리는 연 3.3%대로 한 달 전과 비교해 0.1%포인트가량 오른 데 그쳤다. 3월 중순부터 꾸준히 3.5%인 기준금리를 밑돌고 있는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국채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를 0.2∼0.3%포인트 웃도는 것이 정상적인 시장 상황으로 평가된다는 점에서 현재 두 금리는 한참 역전된 상태다. 장기물인 국고채 10년물도 3.3%대에서 3.4%대로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작다.

CD 등 단기물로 자금을 조달해 국고채 3년물 등 장기물로 자금을 운용하며 수익을 올려오던 기관투자가들은 이 같은 금리 흐름에 비상이 걸렸다. 운용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회사채로 수요가 몰리는 모습도 목격된다.

실제로 회사채 시장에서 건설업종을 제외한 일반 발행사들은 연일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회사채 시장의 큰손인 SK는 총 3000억 원 모집에 1조7800억 원을, LG헬로비전 또한 1000억 원 모집에 9500억 원을 받아내며 조 단위 흥행을 기록했다. 게다가 최근 주가조작 사태에 휘말린 삼천리 또한 총 1500억 원 모집에 685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금융사들의 자기자본 확충을 위한 채권 발행도 시장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후순위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우리은행은 2700억 원 모집에 6100억 원을 받아냈고, 지난달 추가 청약으로 후순위채를 완판시킨 푸본현대생명보험은 또다시 최대 1000억 원의 후순위채 발행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역캐리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행보가 사실상 종료된 가운데 시장에선 연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어, 국채 금리 상승이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역전 현상 및 이에 따른 국채 역캐리 부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는 올 1, 2월과 마찬가지로 금리가 높은 회사채 등 크레디트 채권으로 수요가 집중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