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91일물 한달새 0.3%P 뛰어 국고채 3년물보다 높은 ‘역캐리’ 기관투자가들 회사채 투자 눈돌려 SK 3000억 모집에 1조7800억 몰려
채권 시장에서 단기물 채권 금리가 오름세인 반면 국고채 금리는 기준금리를 밑돌며 ‘역(逆)캐리’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채권 투자자는 단기물로 자금을 조달한 후 상대적으로 만기가 길고 금리가 높은 장기 채권에 투자해 금리 차이만큼 이익을 얻는데, 단기물 금리가 오르면서 투자 수익보다 자금 조달 비용이 더 들어가는 역캐리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에 채권 시장의 자금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회사채에 몰리는 모양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단기 조달금리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은 지난달 3.4%대에서 3.7%대로, 통화안정증권(통안채) 91일물도 같은 기간 3.2%대에서 3.4%대 후반으로 금리가 상승했다. 이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단기 채권의 금리 하락이 과도하다고 발언한 이후 기획재정부와 한은이 단기채 발행을 확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재부는 재정증권(63일물)의 발행을 지난달 4조 원에서 이달 7조5000억 원으로 늘렸다. 한은 또한 5월 통안채 발행을 14조 원으로 지난달보다 3조 원 늘리기로 했다. 이 같은 발행 확대가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역캐리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행보가 사실상 종료된 가운데 시장에선 연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어, 국채 금리 상승이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역전 현상 및 이에 따른 국채 역캐리 부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는 올 1, 2월과 마찬가지로 금리가 높은 회사채 등 크레디트 채권으로 수요가 집중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