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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피부과 가려고… 학원 다니는 의대생

입력 | 2023-05-25 03:00:00

서울 강남 소재 의대생 학원 성업
지방서 KTX 타고 5시간 왕복도
흉부외과-소아과는 인력난 허덕
“필수의료 지원자 늘릴 대책 필요”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재활의학과에 가려면 학원 수업을 들어야 할 것 같아서 왔어요.”

4년 전 대구의 한 의대를 졸업하고 공중보건의로 군 복무를 마친 A 씨는 대구의 집에서 고속철도(KTX)를 타고 서울 강남구 소재 의대생 전문 학원에 다니고 있다. 그는 “재활의학과 경쟁률이 높은데 내신 성적이 낮아 고민하던 중 지인 소개로 학원을 알게 됐다”며 “한 번 올 때마다 왕복 5시간 정도 걸리지만 연말 전공의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재활의학과를 희망하는 이유에 대해선 “환자를 돌보면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보장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 인기 전공 위해 ‘고액 과외’까지

의대생 사이에서 최근 안과, 피부과, 성형외과 등 일부 전공에 대한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해당 분야 전문의가 되기 위해 학원에 다니거나 고액 과외를 받는 의대생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가 되려면 의대나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을 졸업하고 국가고시에 합격한 후 인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인턴 과정에서 여러 전공을 경험한 뒤 전공의 시험을 보는데 경쟁률이 높을 경우 의대(의전원) 내신, 국가고시 성적, 전공의 시험 점수 등을 합산해 합격 여부가 결정된다. 특히 내신과 국가고시 성적이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원을 찾는 의대생 중 상당수는 국가고시 내에서 비중이 높은 일명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과목 수업을 듣는다고 한다. 국가고시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내과 수업의 경우 학원 수업 정원(50명)을 넘겨 수업을 못 듣는 지원자도 생긴다.

지방에는 의대생 전문 학원이 없다 보니 주말이 되면 전국 각지에서 의대생들이 모여든다. 대전의 한 대학병원 본과에 재학 중인 B 씨는 “토요일 오전 10시 수업을 듣기 위해 오전 7시에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온다”고 했다. 수업비도 만만치 않다. 의대생 전문 A학원의 경우 수강비가 시간당 3만 원으로 책정돼 있다. 주말 6시간 수업을 들으면 하루에만 18만 원을 내야 한다.

학원 시간 등을 맞추기 어려운 경우 웃돈을 내고 과외도 받는다. 개인과외의 경우 강사에 따라 편차가 큰데 시간당 20만 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A학원 관계자는 “맞춤형 수업을 통해 빠르게 성적을 올리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 과외를 연결해준다”고 밝혔다.

● ‘내외산소’ 대신 ‘피안성’

학원에서는 ‘내외산소’ 과목 수업이 인기 있지만 전공을 택할 때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를 택하는 인턴들은 많지 않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전공은 피부과·안과·성형외과인데 의대생 사이에선 앞글자를 따서 일명 ‘피안성’으로 통한다. ‘정재영’(정신건강의학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이 뒤를 잇는다.

올 상반기(1∼6월) 전공의를 뽑는 전국 모든 병원에서 선발 인원 대비 지원자 비율을 뜻하는 지원 경쟁률은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의 경우 모두 160%안팎이다. 8명이 지원하면 3명은 탈락한다는 의미다.

반면 핵의학과의 지원경쟁률은 14%, 소아청소년과는 16%에 불과했다. 최석재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홍보이사는 “밤낮 없이 응급 수술을 해야 하는 소아청소년과나 흉부외과의 경우 몸이 힘들고 처우도 좋지 않아 인기가 적다”며 “필수의료 분야에 지원할 의대생을 늘릴 수 있는 지원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