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여러분은 사냥감이 될 필요가 있습니다.”
얼마 전의 일이다. 이제 막 승진한 리더들에게 이런 말을 했더니 다들 눈을 크게 뜨며 뜬금없다는 듯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사냥감이 되라니. 시쳇말로 ‘화살받이’나 ‘총알받이’가 되라는 건가?
물론 아니다. 알다시피 사냥이란 생존을 위해 다른 동물을 포획하는 것. 하지만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어디 바라는 일이 다 되는가. 열심히는 기본일 뿐, 성공이 요구하는 나름의 단계를 잘 이루어내야 한다. 원하는 대상을 잘 관찰해서 목표로 정한 다음, 최대한 가깝게 사이를 좁혀 결정적인 순간을 만들어 내는 게 그것이다. 사자와 호랑이는 물론이고 개구리에게도 적용되는 아주 간단한 원리다. 하지만 간단하다고 쉽지는 않다. 언제 어디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천하의 사자나 호랑이의 사냥 성공률이 10% 정도밖에 안 되겠는가. 이들에게도 먹고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왜 사냥감이 되어야 할까? 요즘 누구나 원하는 인기라는 걸 생각해 보자. 어떤 상품이 인기가 있어 사람들이 너나없이 달려가는 ‘오픈런’이나,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표를 구하기 위해 ‘미친 듯이 클릭’하는 ‘광클’을 자연의 관점에서 보면 목표물만 달라진 현대판 사냥 그 자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득템’을 하고, 꿈에도 그리는 스타를 ‘영접’하는 데 성공한 사람들이 마치 사자 사냥에 성공한 것처럼 환호성을 지르는 걸 보면 더 그렇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이 지향점, 그러니까 사람들이 따르고자 하는 사냥감이 되고, 더 나아가 히트상품 같은 사냥감을 만들어 내면 어떨까? 이거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것처럼 서로에게 좋은 일 아닐까? 이게 바로 내가 ‘사냥감이 되자’고 하는 이유다.
탁월한 리더나 뛰어난 사업가는 자신들이 세상에 다가가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오게끔 한다. 비전이나 매력, 그리고 멋진 상품을 사냥감화해서 사람들이 자기 돈을 내고 노력하면서도 마치 사냥에 성공한 듯 즐거워하게 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잘 먹힌다’는 말 역시 그렇다. ‘먹힌다’는 말은 대체로 부정적으로 쓰이지만,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보다 좋은 표현이 없다. 잘 먹힐수록 서로에게 좋은 까닭이다. 이러니 우리는 ‘잘 먹히는 사냥감’이 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