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24일 발사 예정시각 2시간여를 앞두고 제어컴퓨터간 통신 이상으로 잠정 연기됐다. 추진체 문제가 아니라 지상 통신 장비 문제인 만큼, 문제가 조기에 해결되면 오늘 저녁 다시 발사 카운트다운에 돌입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우주 발사를 단 한번만에 성공시키는 건 지극히 어려운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구의 강력한 중력장을 거스를 정도로 강력한 엔진 추진력이 필요한 거대 발사체 엔진의 특성상 화학적 반응과 기계부품간 유기적 결합 등 발사 성공 조건 자체가 워낙 까다롭기 때문이다.
가령, 한국형발사체 ‘누리호’는 37만여개의 첨단 부품들이 탑재된 고등기술 집합체다. 자동차(2만여개)보다 약 18.5배, 항공기(20만여개)보다 약 1.7배의 더 많은 부품이 들어간다. 이렇게 많은 부품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려야 한다. 한 부품에 문제가 생기면 복합적으로 장애가 발생하는 만큼 문제 발생 가능성도 다른 기계보다 더 많다. 기술적 변수 말고도 기상상황 등 외부 대외 변수 영향도 많이 받는다.
지난해 누리호 2차 발사 당시에도 강풍과 부품 이상 등으로 두차례나 발사 예정 시각을 미룬 끝에 발사에 성공했다. 특히 당시에는 기체 내부의 센서에서 문제가 발생하며 누리호가 아예 발사대에서 내려와 발사체 조립동으로 돌아간 뒤 점검을 진행했다.
2009년 나로호 역시 압력측정 관련 소프트웨어 오류 탓에 당초 발사 예정일에서 한차례 연기했지만 우주로 띄우는 데는 실패했다. 그 이후 나로호 2차(2010년), 3차 발사(2012년) 때도 기술적 문제, 주변 소방설비 문제 등으로 발사일을 미룬 바 있다.
◆우주 선진국 미국도 우주발사일 단번 성공확률 낮아
우주 선진국인 미국이라면 다를까. 기술격차가 큰 우리나라보다야 낫겠지만 미국 역시 우주발사를 단 한번만에 성공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NASA는 1주일 뒤에 발사를 재시도했으나 엔진 하단부에 연료인 액체 수소가 누출되는 것이 감지돼 또다시 발사 카운트다운을 중단해야 했다. 이후 날씨 영향으로 3차 발사도 연기됐던 SLS는 네 번째 시도 끝에 우주로 올랐다. 같은 해 11월 4차 발사 당일에도 액체수소 누출 등으로 발사가 예정보다 30분 이상 지연됐으나 긴급 정비를 마친 뒤 발사가 진행됐다.
그나마 이번 누리호 3차 발사처럼 발사 전 시스템 이상을 발견해 카운트다운을 중단하는 경우라면 다행이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지난달 20일 차세대 우주선 ‘스타십’ 첫 시험 발사를 진행했으나 발사 4분 만에 폭발하는 결말을 맞았다. 추진체와 우주선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게 원인이었다.
항우연 한 관계자도 “문제가 발생했어도 어떻게 발생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이번 누리호 3차 발사의 경우 검증 단계에서 원인을 발견한 게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고 설명했다.
◆“오늘 문제 해결되면 오후 6시24분 발사 재시도할 것”
오늘 오전까지 문제가 모두 해결될 경우 발사관리위를 다시 개최해 기상 및 준비상황을 재점검할 방침이다. 이 경우 오늘 오후 6시24분 누리호 3차 발사가 다시 시도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