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열린 금통위는 6년만에 준공된 한국은행 신축 본부에서 처음으로 진행됐다. 뉴스1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3연속 동결 결정이 나오면서 시장은 향후 기준금리 인하 시점으로 눈길을 완연히 돌린 모습이다.
한은은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과도하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엄격히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오는 11월이냐, 내년 초냐를 두고 인하 시점을 저울질 중이다.
이러한 시장과 중앙은행 사이의 시각 차는 올해 내내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2월, 4월에 이은 3연속 동결이다.
이번 회의는 금통위의 상반기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 회의였다. 다음 회의는 하반기인 오는 7월13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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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연말에 다가서면서 한은의 태도가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후자의 경우, 한은이 최우선 목표인 물가 안정과 시장의 섣부른 기대 차단, 시장금리 하락 방지 등을 위해 계속해서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기준금리 인하 시그널을 기대하는 일부는 한은이 4분기쯤 기준금리 인하의 전제조건 등을 언급한 뒤 올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 때(11월)에는 실제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고 본다. 이들은 하반기 경기가 좀체 나아지지 못할 것이라는 자체적인 전망에 기초해 이 같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한은이 밝히는 입장은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이들의 견해와는 전혀 다르다.
한은은 올 경제 성장이 ‘상저하고’ 흐름을 띨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이에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해 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1일 기준금리 결정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물가가 중장기 목표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금리 인하 논의를 안 하는 게 좋다”면서 “상반기 물가 경로는 확신이 있는데 하반기 불확실성이 많아 확인 전까지 금리 인하 언급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하반기 뚜껑을 열어보니 실제 경기 둔화세가 심하다 해도 금리 인하로 대응하진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앞서 이 총재는 “시장에서도 생각해 보셔야 되는 게, IT 경기가 (시장 기대처럼) 조금 늦게 회복되더라도 다른 부문의 성장률이 어느 정도 유지된다면 그게 과연 금리로 대응할 상황인가”라면서 “이런 것에 대한 판단을 잘 하셔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한은은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를 다소 강한 어조로 물리치고 있다.
예컨대 이 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한은과 달리 시장에서는) 연말 경기 둔화 때문에 금리를 낮출 거라는 기대가 완전히 자리잡고 있다”며 “시장이 그렇게 얘기하고 나중에 맞으면 어떤 면에서는 한은보다 예측을 잘 하신 거겠지만 한은이 가진 데이터를 봤을 때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한은의 강경한 태도에 당초 연내 인하를 예상했던 전문가 몇몇은 최근 연내 인하 ‘신중론’ 쪽으로 기우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오는 3분기(7~9월) 국내 경기가 얼마나 안 좋아지는지를 보면서 연내 인하 하느냐 마느냐의 싸움이라 본다”면서 “당사는 연간 성장률을 한은 전망보다 낮은 1.1%로 보고 있어서 오는 11월 인하가 있을 것이라고 보나 한은은 ‘그래도 연내는 과도하지 않냐’는 입장이라서 불확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금리 인하를 강경히 물리치는 한은과, 인하 가능성을 계속해서 타진하는 시장 사이의 괴리는 계속될 전망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1월 인상을 마지막으로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하반기 이후 경기 둔화 요인이 부각되면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인하 기대는 꾸준히 제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연내 인하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굳이 이른 시점에 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주진 않을 것”이라며 “더구나 연준의 동결 기조를 고려했을 때 한은이 먼저 인하 기대감을 심어주는 발언을 하기는 부담스럽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