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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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달러·원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8.6원 내린 1318.1원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대한민국이 건국 이래 올해 처음으로 겪고 있는 미국과의 기준금리 1.75%포인트(p) 역전.
한국은행이 25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이 격차는 다음 달까지 그대로 이어지게 됐다.
한은만 아니라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까지 향후 동결 기조를 시사했기에 해당 기준금리 역전 폭은 앞으로 쭉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25일 한은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오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현 3.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 2·4월에 이은 3연속 동결 결정으로, 지난달 3%대로 낮아진 물가 오름세와 점차 커지는 경기 둔화세를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1.75%p로 유지됐다.
연준은 이달 정책금리를 연 5.25%로 0.25%p 올린 이후 동결 기조를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금리를 생각했던 만큼 인상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며 “지금은 데이터와 전망치의 변화를 살펴보고 조심스레 평가할 여유를 가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는 경우다. 이러면 금리 역전이 2%p까지 벌어지면서 외국인들의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미 금리 역전이 1.75%p이든 2%p이든 어느 쪽이라도 역대 최대 금리 차다.
이에 세간에는 금리 역전이 불러올 수 있는 각종 부작용에 대한 공포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한미 금리 차에 주목하는 이들은 대표적으로 환율 상승 압력을 우려한다.
하지만 한은의 심리적 저지선인 1350원은 밑돈다. 또한 최근의 환율 상승은 내외 금리 차보다는 무역수지 적자 등에 따른 압력이 더욱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한은 내에서 제기됐다.
아울러 최대 한미 금리 역전에도 외국인 투자자금은 순유입되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한은에 따르면 외국인 국내 주식투자자금은 3월 17억3000만달러 순유출에서 4월 9억1000만달러 순유입으로 전환됐다. 같은 기간 외국인 채권투자자금도 18억1000만달러 순유입에 이어 23억3000만달러 순유입세를 지속했다.
4월에는 한미 기준금리 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졌는데 오히려 외국인 자금이 밀려왔던 것이다.
그럼에도 역대 최대 한미 금리 차가 오래 지속되는 것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종전 최대 금리 차인 1.50%p가 지속됐던 기간은 2000년 5~10월로 단 5개월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훨씬 길 전망이다. 한은·연준이 시장의 예상처럼 금리를 연말까지 계속 동결할 경우 최대 폭 역전 기간은 5개월을 훌쩍 넘어서게 된다.
자연스레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 전체 기간도 과거의 역전기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변동성 큰 글로벌 금융시장을 고려했을 때 지금은 괜찮은 환율이나 외국인 투자 심리가 점차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경상수지 흑자 전환 등 대외 안전판 확보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