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더쿠’는 한 가지 분야에 몰입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덕후’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자신이 가장 깊게 빠진 영역에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내고, 커뮤니티를 형성해 자신과 비슷한 덕후들을 모으고, 돈 이상의 가치를 찾아 헤매는 이들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국내 최대 전통주 매장으로 불리는 '백곰막걸리'는 압구정 로데오거리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인지 외관 역시 주점보다는 카페를 연상시킨다. 이승훈 백곰막걸리 대표가 이 건물을 매장으로 선택한 이유도 술집같지 않은 외관 때문이었다. 백곰막걸리가 문을 연 2016년은 지금처럼 전통주에 대한 인기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카페를 가듯 가벼운 마음으로 지나가다 들어올 수 있는 술집 느낌을 원했던 것.
하지만 이 곳에 처음 전통주 주점을 열고자 했을 때 주변 사람 10명이면 10명 모두가 반대했다. 그도 그럴것이 압구정은 전통주와 어울리지 않는 상권이었고 특히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2010년대 들어 유동 인구가 크게 줄며 쇠락하고 있었다. 이 곳에서 대중적인 술도 아닌 전통주를 파는 전문 주점을 내겠다고 하니 모두가 말릴 수밖에.
하지만 이승훈 백곰막걸리 대표는 오랜 기간 지켜온 꿈이 있었다. 바로 젊은층에게 국내 전통주 문화를 알리겠다는 것. 식당에서 아르바이트 한 번 해본 적 없는 초보 사장이었지만 그는 신념 하나로 묵묵히 위기를 헤쳐나갔다. 그 결과 2017년 tvn의 방송 프로그램 '수요미식회'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고, 설립 7년 차인 지금도 압구정 로데오거리의 부활을 이끈 선봉장으로서 그 명성을 공고히 유지 중이다. 이 대표는 어떻게 비인기 상권에서 비인기 주종을 앞세워 백곰막걸리를 성공시켰을까?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백곰막걸리_출처 : 백곰막걸리
건물주를 설득시킨 PT 자료
"왜 하필 압구정이야?"2015년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주점을 열겠다는 이 대표에게 지인들의 반응은 일관됐다. 심지어 대규모로 열겠다는 그를 모두가 만류했던 것도 사실이다. 당시 압구정 로데오거리의 인기가 예전같지 않다는 점이 결정적 이유였다. 압구정역과 가까운 신사역 인근에 가로수길 상권이 형성되며 2030대 유동인구를 빼앗긴 탓이다. 압구정 로데오거리의 공실률은 20%에 육박했고 일부 건물주가 입점을 장려하기 위해 30%씩 임대료를 인하하는 '착한 임대료 운동'까지 유행할 정도였다.
창업 전 400개 이상의 매물을 살펴본 이 대표에게도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매주 술 약속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주당이던 그는 창업 전 습관처럼 약속 시간보다 1시간 일찍 도착해 그 동네의 공실을 둘러봤다. 당시 공실을 살피는 기준은 크게 2가지였는데 매장의 타깃인 2030대가 즐겨 찾는 상권이어야 하고, 다량의 전통주를 취급할 수 있는 대규모 면적이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압구정 로데오거리를 상권 후보에서 제외한 것도 2030대 방문객이 감소하는 추세고, 공실의 대부분이 50평 미만이었기 때문이다.
이승훈 백곰막걸리 대표_출처 : 백곰막걸리
그러던 어느 날 지인과 압구정역 인근에서 식사 후 로데오거리를 걷던 중 새로운 매물을 발견한다. 카페를 연상시키는 화이트 톤 외관의 2층짜리 건물이었다. 눈길이 갔지만 보증금과 임대료가 계획했던 예산을 6배 가까이 웃돌았다. 퇴직금과 주식 수익금으로 모은 창업 자금이 2년간 전국의 양조장을 순회하며 절반 가까이 소진된 상황이라 고민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매물이 위치한 곳은 액세서리 편집숍과 테일러숍만 남아있는 패션 거리였다. 이 대표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3일간 한 시간씩 거리에 앉아 유동 인구를 세 봤지만 주점을 하기에는 유동 인구가 턱없이 부족했다.
고민 끝에 압구정 매장을 선택한 그는 남아있던 창업 자금의 대부분과 은행 대출금, 지인들로부터 빌린 돈까지 끌어모아 임차 비용을 마련한다. 식당을 차릴 땐 개점 후 2년간 버틸 수 있는 자금이 있어야 한단 것을 알고 있었기에 심히 걱정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건물을 놓친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았다. 마음을 다잡은 채 부동산에 연락했지만 예기치 못한 문제를 맞닥뜨린다. 예비 임차인 4명이 규모에 비해 임대료가 저렴한 해당 매물을 노리고 있었다. 임차인마다 확고한 사업 아이템이 있는 터라 누구 하나 양보할 리 없었고, 가계약금을 걸겠다며 건물주를 현혹시키는 이도 있었다.
절박했던 이 대표는 부동산 측에 요청해 건물주와의 미팅을 잡았고, 미팅 자리에서 전통주 주점이 들어서야 하는 이유를 발표했다. 창업 계기와 운영 방안, 타 주점과의 차별점 등을 정리한 발표 자료까지 출력해 온 그였다. 사라질 위기에 처한 양조장을 알리고 싶다는 의지를 전함과 동시에 맛집으로서 건물의 임대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며 건물주가 혹할 만한 이유도 제시했다. 이 대표는 "미팅 후 연락을 기다리면서도 반신반의했다"고 털어놨다. 며칠 후 "부동산에서 PT까지 하는 희망자는 없었다"며 "특유의 성실함이 마음에 들어 계약하고 싶다"는 건물주의 연락을 받게 된다. 그렇게 새하얀 건물은 백곰막걸리의 무대가 됐고, 레스토랑에서 식사 후 산책하는 손님들에게 '카페를 닮은 주점'으로 주목받는 데 성공한다. 카페로 착각해서 방문하도록 외벽의 화이트 톤을 유지하고 은은한 조명을 더한 것이 주효했다.
백곰막걸리 매장 내부_출처 : 백곰막걸리
팔도 식객을 자처한 백곰 군단
백곰막걸리는 창업 초기 손님 몰이에 어느정도 성공한다. 창업 전 전통주 분야 셀럽으로 활동한 이승훈 대표가 주점을 냈다고 하니 사람들이 관심을 보인 것. 특히 언론에서도 관심을 보이면서 일부 매체에 국내 최대 전통주 판매 주점으로 입소문이 나게 됐다. 하지만 이런 입소문이 오히려 독이 됐다. 소문에 비해 평범하고 빈약한 안주 때문. 백곰막걸리는 초기에 여러 지역의 이색 식재료를 활용해 새로운 안주를 선보였지만 비싼 가격에 비해 맛이 평범했다. 이 대표가 전통주에는 전문가였지만 요식업에서는 초보였기 때문이다. 위기 극복을 위해 경력이 화려한 셰프를 채용했지만 이 대표의 철학과 맞지 않았다. 결국 초창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맛없는 안주를 비싸게 파는 집'이라는 뒷말도 나왔다. 맛없는 주점으로 낙인 찍히자 월 매출도 고꾸라졌다. 개업 3개월 만에 임대료를 내는 것조차 부담스러울 정도로 위기에 봉착했다.방법을 고민하던 이 대표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로 한다. 2명의 주방 직원과 전국 식도락 여행을 기획한 것. 전통주를 배우려면 양조장을 찾아가듯, 지역 식재료의 활용법을 익히려면 그 지역에서 먹어봐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후 매장 휴무일마다 강릉, 부산, 제주도 등 전국 팔도의 시장 및 식당을 둘러봤다. 달고기 생선과 째복(조개) 등 이색 수산물을 연구하기 위해 지역별 수산 시장의 새벽 경매를 참관하고, 경매가 끝나면 인근 맛집으로 향해 해당 식재료로 만든 향토 음식을 맛봤다. 서울에서 내려온 청년들이라며 넉살스럽게 식당 측에 간단한 조리 팁을 묻기도 했다. 여름 휴가철엔 5일간 영업을 중단한 채 울릉도와 여러 섬들로 식도락 여행을 떠난 일화도 있다. 당시 이 대표와 직원들은 배 멀미 때문에 극심한 어지러움을 겪는 와중에도 식재료 특징을 기록하는 수첩만큼은 손에서 놓지 않을 정도로 열심이었다.
째복(조개), 피꼬막, 전어, 생고등어 등으로 만든 백곰막걸리의 메뉴_출처 : 백곰막걸리
식재료를 하나씩 섭렵할 때마다 관련 메뉴를 개발하는 데도 주력했다. 지역에서 경험한 고유의 맛을 살려 서울에서 보기 드문 메뉴를 구현하거나, 대중적인 메뉴에 지역 식재료를 더해 고급화하는 방식이었다. 살밥 좋은 여수 제철 삼치로만 만들 수 있는 모둠회, 싱싱한 동해산 오징어를 가미한 스페셜 김치전 등이 한 예다. 메뉴의 완성도를 높이자 손님이 점차 늘었고, 가능성을 확인한 후엔 메뉴를 다양화했다. 그렇다고 300가지 전통주에 맞춰 300개 메뉴를 만들기엔 조리 효율성과 재료 관리 측면에서 무리였다. 가장 돋보이는 맛을 기준으로 전통주들을 그룹화한 후 메뉴들을 구상한 까닭이다. 예컨대 막걸리를 도수에 따라 새콤한 맛과 달달한 맛으로 나눈 후 새콤한 막걸리용 메뉴로 담백한 국물 요리를, 달달한 막걸리용 메뉴로는 매콤한 볶음 요리를 개발하는 식이다.
주종이 달라도 특징적인 맛이 유사하면 비슷한 안주를 추천할 수 있기에 현재 17가지 메뉴로 300여 종 전통주를 아우르고 있다. 이처럼 맛과 전통주의 조화로움을 중시하며 메뉴를 보완한 결과, 백곰막걸리는 2017년 수요미식회에 안주 맛집편으로 소개되며 전성기를 맞이한다. 이 대표가 가장 추천하는 조합은 연평도 꽃게가 제철일 때 선보이는 꽃게탕과 안동 진맥 소주다. 일반 소주라면 자칫 연평도 꽃게의 진항 향에 술 맛이 묻힐 수 있으므로 밀의 풍미가 돋보이는 안동 진맥 소주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백곰막걸리 메뉴판_출처 : 백곰막걸리
전국을 누비며 받아낸 계약서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백곰막걸리가 유명세를 탈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전통 주점에서는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전통주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백곰막걸리에서는 최대 350가지 전통주를 즐길 수 있다. 주종으로 분류하면 '막걸리(탁주)'가 첫 번째, 그 다음은 약주라고도 불리는 '전통 청주', 막걸리 또는 청주를 끓여 만든 '증류주' 이렇게 3 종류다.가짓 수로도 압도하지만 모두 서울의 다른 주점 및 마트에서 구매하기 어려운 전통주라는 점이 상징적이다. 전국 시골에 숨어있던 전통주를 발굴한 이 대표의 정성이 빚은 결과다. 운영 초반에는 창업 전 팔도의 양조장을 순회할 당시 점 찍었던 120여 종의 전통주를 판매했다. 이후 해마다 전년도에 소개하지 못한 양조장들의 술을 추가했다. 소주와 맥주를 매입할 경우 제조사의 물류센터 또는 도매상에게 신청하면 끝이지만 지방의 양조장과 거래하려면 대게 직접 방문해야 했다. 시골에서 주로 인근의 식당 및 도매상과 수기로 거래하는 지방 양조장들의 특성상 대면한 채 계약서를 작성하는 게 거래를 트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는 예전부터 알고 지낸 이 대표라 할지라도 예외일 순 없었다.
교류한 적 없는 양조장과 거래할 때는 어려움이 가중됐다. 지역의 영세한 양조장들은 인터넷에 검색해도 잘 나오지 않아서 양조장 네트워크를 통해 수소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방문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시음은 시작에 불과할 뿐 양조장 측 직원들과 제조 방식에서의 정성, 술을 빚는 이유 등을 주제로 대화하며 업에 대한 진정성까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새로운 양조장 한 곳을 둘러보는 데 2시간 넘게 소요되는 이유다. 상당히 수고로운 작업임에도 이 대표는 판매할 술을 선정하는 과정이 여전히 즐겁다는 입장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영업시간이 제한됐던 2021년에는 "늘어난 여유 시간만큼 더 자주 양조장들을 투어했다"며 웃어 보였다.
백곰막걸리 매장에 진열된 전통주_출처 : 백곰막걸리
홀 직원의 급여가 350만 원?
창업 초기 이 대표가 직면한 또 한가지 문제는 막걸리로 편중된 소비자들의 취향이었다. 휴일 없이 전국을 누비며 전통주들을 확보해 자신있게 선보였지만 백곰막걸리 오픈 초반만 해도 고객 열 중 아홉은 막걸리를 주문했다. 도수가 세고 어렵게 느껴지는 전통 청주와 증류주보단 한 번쯤 접해본 막걸리를 택한 영향이다. 주문이 막걸리에만 몰리지 않도록 50여 종으로 제한했음에도 손님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막걸리뿐이었다. 그렇다고 이 대표가 95평 매장을 돌며 모든 테이블마다 전통 청주와 증류주를 홍보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전통주를 잘 아는 홀 서빙 직원을 채용하기도 어려웠다. 당시 전통주가 워낙 대중적이지 않은 데다 전통주 교육기관의 수강생 대부분도 양조 업계의 현직자였기 때문에 홀 서빙 직원으로 일할 리 없었다. 채용공고에 '한국 전통주 주점 백곰막걸리'라고 표기했음에도 면접에서 "막걸리만 파는 줄 알았다"는 지원자가 수두룩했다.
이 대표는 전통주에 관심 있는 이들을 채용 후, 전통주 전문가로 육성하는 데 주력했다. 서빙 과정에서 손님의 입맛, 주문한 메뉴에 따라 여러 전통주를 추천해야 막걸리에 집중된 주문량을 분산시킬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실제로 백곰막걸리에선 모든 직원들에게 한국술문화연구소가 운영하는 전통주 교육기관의 수강권(인당 55만 원)을 지원한다. 전통주의 종류와 제조 방식 등 기본기를 배우게 하기 위함이다. 처음엔 임대료가 버거운 상황에서 교육비까지 지원하기가 부담스러웠지만 실적 개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투자라고 여겼다. 현재 홀 서빙 팀은 물론 주방의 50대 조리 담당 직원까지 관련 교육을 수료한 상태다. 격주 1회 지방의 양조장을 투어하는 것도 백곰막걸리의 인큐베이팅 문화다. 이 대표가 운전하며 식사비 및 양조장 체험비까지 모두 지원하는데 단순히 제조 시설을 둘러보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사전에 섭외한 양조장 대표로부터 계절마다 맛을 유지하기 위해 주의하는 점, 사용하는 쌀의 특징, 시설의 역사 등 양조장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이야깃거리는 홀 직원들이 손님들에게 해당 전통주를 추천할 때 활용 가능한 필살기가 된다. 실제로 손님에게 양조장의 이야기를 전하고, 투어 당시의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며 주문을 성사시킬 때가 많다.
백곰막걸리 팀원들이 탐방한 국내 양조장들_출처 : 백곰막걸리
고연차 직원들에겐 전통주가 아닌 술에 대한 교육비까지 지원한다. 전통주를 마셔본 적이 없는 손님에겐 와인, 사케 등 다른 술에 비유해 제품을 추천하는 방식도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년 차 직원 5명에게 글로벌 와인 교육기관인 WSET에서 진행하는 와인 소믈리에 공인 인증 교육 과정을 지원한 바 있다. 인당 교육비만 무려 140만 원에 달한다.
직원들이 능숙하게 안내하자 손님들이 막걸리 이외에 다른 술에도 관심을 보였다. 인지도가 낮아 주문량이 저조한 전통 청주 또는 증류주가 있으면 해당 제품과 유사한 맛의 술을 즐기는 테이블에 추천하는 식이다. 내심 맛보고 싶지만 잘 알지 못해서 망설였던 손님들은 이런 추천 서비스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술을 서빙한 후 테이블의 반응을 기록하는 것도 홀 서빙 직원의 역할이다. 매장에서 기록한 손님들의 반응과 판매량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발주량을 늘리거나 줄일 상품을 결정한다. 현재 백곰막걸리의 주류 판매량에서 전통 청주와 증류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까지 늘었고, 유통기한이 지나 처분하는 재고의 비중은 1% 미만이다.
기존 직원들을 비롯해 최근엔 지원자들까지 전통주 교육 과정을 여러 차례 이수한 전문가이다 보니 자연스레 급여도 인상시켰다. 2023년 4월 기준 홀 서빙 직원들의 월 급여는 350만 원이다. 교육비 지원에 높은 인건비까지 부담될 법도 한데 이 대표는 "백곰막걸리의 차별점인 300여 종 재고를 관리하려면 홀 서빙 인건비에 투자해야 한다"며 "급여 및 교육비를 줄인 탓에 기껏 육성한 직원들이 이직하면 그것이 더 큰 손해"라고 덧붙였다.
전주 완산구 전동에서 개점 예정인 백곰막걸리 매장_출처 : 백곰막걸리
이 대표는 서울행 판로를 찾지 못한 전국의 전통주를 유통하는 것이 백곰막걸리의 존재 이유라고 밝혔다. 백곰막걸리를 일반 주점이 아닌 '전통주 박물관'이라고 소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압구정 한복판에서 시작했던 도전을 이제는 전국 지방에서도 펼칠 계획이다. 첫 번째 무대는 전주다. 2030대가 자주 찾는 여행 명소이자 한국의 전통미가 살아있다는 점에서 선정했다. 최근 전주의 풍남문이 내려다보이는 60평 매물을 계약한 상태다. 압구정에서의 성공 전략을 답습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전주 분점에선 전라북도의 전통주만을 알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여행지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2030대에게 그 지역의 전통주를 맛 보여줌으로써 더 오랫동안 전통주를 기억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국의 전통주를 알리겠다던 한 청년의 목표에서 비롯된 백곰막걸리는 이제 전국으로 뻗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의 덕업일치가 지속될수록 갖가지 전통주에 담긴 장인정신이 널리 알려질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비즈 이한규 기자 hanq@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