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구플레이 논란 당시 윤이나의 일기장 단독 입수
이번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팬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선수를 꼽자면 방신실(19)입니다. 지난해 열린 KLPGA투어 시드 순위전에서 40위를 차지해 일부 대회에만 참가할 수 있는 ‘조건부 시드’ 소유자이지만 이번 시즌 루키 중 가장 주목받고 있습니다. 4월 크리스에프앤씨 KLPGA 챔피언십 등 아직 4개 대회 밖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대회 현장을 갈 때마다 방신실의 팬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드라이브 비거리가 최대 300야드까지 나가는 루키 방신실. KLPGA투어 제공
방신실의 인기 비결은 호쾌한 장타와 공격적인 코스 공략입니다. KLPGA투어 선수들의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는 236야드(약 216m)인데, 방신실은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가 265야드(약 242m)입니다.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 자체도 투어 선수들보다 30m 이상 멀리 나가는데, 방신실은 4개 대회에서 280야드(약 256m) 이상 티샷 횟수도 33차례나 됩니다. 방신실의 플레이를 보고 팬들은 “보는 사람마저 시원해진다”라고 입을 모읍니다.
● 윤이나를 떠올리게 하는 방신실
제가 방신실을 언급한 것은 오늘 이야기할 주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팬들이 방신실을 언급할 때 따라오는 이름이 윤이나(20)입니다. 방신실을 보면 윤이나가 떠오른다는 것입니다. 지난 시즌 투어에 데뷔한 윤이나는 ‘오구플레이’로 투어를 잠정 중단하기 전까지 지난 시즌 가장 주목받는 루키였습니다. 윤이나가 주목받았던 이유도 방신실 처럼 호쾌한 장타와 공격적인 코스 공략이었습니다. 윤이나는 지난 시즌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 263야드로 투어 선수 중 1위였습니다. 지난 시즌 15개 대회에 참가했던 윤이나가 280야드 이상 드라이브를 날린 횟수는 145회입니다. 키도 윤이나가 170cm, 방신실은 173cm로 비슷합니다.
지난 시즌 KLPGA투어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 1위였던 윤이나. KLPGA투어 제공
현재는 논란 직후 닫았던 소셜미디어도 다시 열고, 지난 겨울에는 미국에서 훈련도 소화했다고 합니다. 경기 감각 유지를 위해 미국 주 단위에서 열리는 미니투어에도 출전했습니다. 대회에서 받은 상금은 자선 단체에 기부했다고 합니다.
● 윤이나는 자진신고까지 어떤 마음이었을까
윤이나를 두둔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징계로부터 7개월이 지났고, 윤이나도 자숙하는 상황에서 당시 윤이나 심경이 어땠을지 궁금해하는 팬들이 많아 그 궁금증을 풀어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단독 입수한 윤이나 일기장에는 당시 그의 심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윤이나는 중학교 시절부터 매일 그날의 훈련 내용과 감정 등을 일기로 썼습니다. 지난해 일기장을 입수했었는데, 징계를 받기 전이라 징계 수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기사화하진 않았습니다.
지난해 6월 16일 당시 일기장의 내용을 보면 윤이나는 “오구플레이를 했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캐디) 오빠가 괜찮다고 그냥 치라고 했을 때 그 말을 듣지 말았어야 했는데… 너무 후회된다”며 “왜 그 순간 냉정하지 못했을까… 아니 세컨에서 왜 공 확인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까… 왜 내 공이라고 말 못 했을까”라고 적어습니다. 오구플레이를 한 당일부터 자신의 행동에 대해 후회를 했습니다.
괴로워하던 윤이나는 지난해 7월 3일 자진신고를 결심합니다. 그전까지는 “신고하기엔 너무 늦은 것 아닐까”라고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자신을 향한 관심 등에 부담감을 느낀 탓인지 자진신고를 선택합니다. 지난해 7월 3일 일기장에는 “챔피언조에서 첫 경험. 너무 긴장됐다. 좋은 경험”이라며 “지금이라도 자진신고를 해야겠다”고 적었습니다. 다음 날 윤이나는 사과문을 일기장에 적어두기도 합니다.
오구플레이를 한 지 약 한 달 만에 자진신고를 한 것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습니다. 이해가 간다는 팬도 있고, 긴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느냐고 비판하는 팬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징계를 끝낸 윤이나와 방신실의 장타 대결을 보고 싶다는 의견 만큼은 일치하고 있습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