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전신주를 옮겨야 하는데 공사비 문제로 1년 넘게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공사부터 하고 나중에 비용을 정산해도 되나.”(한국전력공사)
“공사가 지연되면 여름철 집중호우 시기에 붕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공사를 우선 시행하고 추후 정산하는 것이 ‘적극 행정’에 부합한다.” (감사원)
최근 한전이 감사원에 요청한 ‘사전 컨설팅’에서 오간 논의들이다. ‘사전 컨설팅’이란 적극 행정을 추진하려 하지만 선뜻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기관을 상대로 감사원이 방향 등을 제시하는 제도다. 25일 감사원은 2018년 12월 제도 시행 이후부터 4월까지 각 기관으로부터 요청받은 ‘사전 컨설팅’ 323건을 처리 완료했다며 대표 사례들을 공개했다.
감사원의 컨설팅을 받은 국세청이 납세자들에게 일일이 신청을 받지 않고도 세금을 직권으로 환급하게 된 사례도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8월 상속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중과세율 해석을 일부 변경했고, 이에 따라 국세청은 2019~2021년에 세금을 낸 486명에게 귀속 종부세 11억 원을 환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결국 국세청은 “환급 안내문을 발송하고 납세자에게 환급 신청 받을 경우 국민 불편이 우려된다”며 감사원에 컨설팅을 신청했고, 감사원은 “납세자의 56%가 60대 이상의 고령인 나이여서 환급 신청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직권 환급하는 것이 적극행정에 부합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립재활원도 감사원의 컨설팅을 거쳐 아직 장애인 등록이 되지 않은 ‘중도장애 입원 환자’에 대해 공용차량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감사원은 “국가는 장애인과 장애인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의 신체·정신·사회적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재활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해야 하고, 입원 환자 등의 사회복귀 지원사업 참여는 공적 업무의 일환으로 볼 수 있어 공용차량 지원이 적극행정에 부합한다”는 의견을 냈다.
도입 5년을 넘긴 사전 컨설팅에 대해 감사원은 “공직자의 의사 결정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사전 컨설팅을 더욱 활성화 하겠다”며 “올해 중에 찾아가는 사전 컨설팅을 추가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