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모님’ 만나는 건 삼대가 덕을 쌓아야 가능한 일이다. 워킹맘에겐 ‘이모님 복이 오복 중 으뜸’이라고 한다. 가사도우미 얘기다. 미덥기는 친정엄마 같은 한국인 이모님이 최고지만 조선족 도움을 받는 집이 많다. 싸고, 입맛 비슷하고, 중국어 조기교육이 가능하며, 육아와 살림에 이것저것 ‘조언’을 삼가기 때문에 편하다. 올 하반기에는 서울에서 동남아 출신 이모님들을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는 방문취업(H2) 비자로 들어온 중국동포만 가사도우미 일을 할 수 있다. 자녀 영어 교육을 위해 알음알음 필리핀 도우미를 고용하는 집도 있는데 불법이다. 고용노동부와 서울시는 ‘의사소통이 쉽거나’ ‘정서적 거부감이 적은’ 나라 출신을 가사도우미로 시범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월 100만 원 이하” “싱가포르에선 월 38만∼76만 원” 등의 주장이 있지만 최저임금법이 적용되면 급여는 월 210만 원 수준이 된다. 한국인의 경우 주5일 출퇴근 도우미가 250만∼300만 원, 입주는 350만∼400만 원이다.
▷조선족 이모님에겐 익숙해도 동남아 이모님에 대해선 걱정들이 많다. 말도 문화도 달라 서로 불안과 불편을 호소할 가능성이 높다. 근무 여건이 좋은 다른 일자리로 이탈해 불법 체류자가 될 우려도 있다. 정부가 참고하는 나라가 싱가포르 홍콩 대만 일본인데, 제도 시행의 역사가 긴 싱가포르 홍콩 대만은 도우미 인권침해 사건이 양국 간 외교 문제로 비화한 적도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4개국 모두 제도 도입 후 출산율에 큰 변화가 없었다.
▷돌봄 공백은 정책 한두 개로 메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기존 돌봄 체계를 업그레이드하고 선택지도 넓혀야 한다. 조선족 이모님을 더 모셔오거나, 국내 건강한 고령층을 돌봄 인구로 흡수하는 방법도 있다. 필리핀은 해외에 나가 가사도우미 하려면 국가자격증을 따야 한단다. 신뢰할 만한 인력송출제도를 갖춘 나라를 대상으로 가사도우미 도입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아이 낳고 키우는 일이 남다른 복을 타고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평범한 일이 됐으면 좋겠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