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강도 세고 진입장벽 높아 지난해 등록 해녀 3226명에 그쳐 고령화와 위험부담으로 감소세
해산물 채취를 위해 거친 바다로 가는 제주 해녀들. 고령화 등으로 해마다 해녀 수가 감소하면서 해녀문화의 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에서 현역으로 활동하는 해녀가 계속 감소하면서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인 해녀문화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해녀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해녀학교에서 새로운 해녀를 배출하고 있지만 노동 강도가 세고 해녀조합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25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제주도에 등록한 해녀는 3226명으로 집계됐다. 30대 미만 4명, 30대 24명, 40대 63명, 50대 175명, 60대 870명, 70대 1328명, 80세 이상 762명이다. 70세 이상이 2090명으로, 전체의 64.8%를 차지하는 등 대부분 고령이어서 깊은 바다에 들어가 소라, 전복 등을 채취하는 물질 작업이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1965년 2만3000여 명에 이르던 제주 해녀는 1975년 8400여 명으로 줄었고, 감소세는 계속 이어졌다. 2019년 3820명, 2020년 3613명, 2021년 3437명 등으로 해마다 200여 명이 줄어드는 실정이다.
해녀 감소 이유는 고령화와 함께 해산물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 부담과 고된 노동, 해녀로 진입하기가 쉽지 않은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규 해녀 등록을 위해 해녀학교 수료가 필수 요소는 아니지만 제주시 한림읍 한수풀해녀학교, 서귀포시 법환해녀학교에서 2∼3개월 동안 직업반 양성 과정을 거치면 유리하다. 해녀학교를 수료하더라도 수협과 어촌계에 각각 가입해야 한다. 기존 해녀들의 승인을 거쳐야 하고 수백만 원에 달하는 가입비를 내야 한다.
특히 힘든 물질 작업과 함께 때론 높은 파도와 거센 조류에 노출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환경도 해녀 가입을 꺼리는 이유다. 해녀들은 한 달에 15일 정도 물질을 하는데 한번 입수하면 기계장치 없이 4시간에서 7시간 동안 바다에서 해산물을 채취한다.
경력이 짧거나 숙련되지 않은 해녀는 소득이 낮은 탓에 가족 생계와 생활을 위해 부업을 하는 사례도 많다.
제주도는 감소세를 완화하면서 해녀문화를 이어가기 위해 올해 해녀 복지 분야에서 진료비, 해녀복, 신규 해녀 가입비, 신규 해녀 초기 정착금 등 10개 사업에 125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해녀 탈의장 및 공동 작업장 보수, 어장진입로 정비도 추진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신규 해녀들로부터 애로 사항과 함께 복지 향상과 직업 안정화에 필요한 의견을 청취했다”며 “해녀문화를 계승하면서 신규 해녀의 가입을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제주해녀문화는 초인적인 잠수 능력을 비롯해 독특한 언어와 무속신앙, 노동요, 공동체 조직 등으로 형성된 것이다. 세계적인 유산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2016년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됐다. 최근에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어업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