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임성훈
태국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게 왕실모독죄를 처벌하는 나라다. 왕과 왕비, 왕세자를 비방하거나 위협한 사람은 최장 15년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그럼에도 와치랄롱꼰(라마 10세) 현 국왕의 각종 기행과 사생활 논란이 끊이지 않자 그토록 금기시되던 군주제 개혁도 정치적 도마에 올랐다.
14일 치러진 태국 총선에서 왕실 개혁과 군부 타도를 내세운 진보정당 전진당(MFP)이 하원 500석 중 152석을 차지해 제1당이 됐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막내딸이 이끄는 프아타이당도 141석으로 선전했지만 2001년부터 유지하던 제1당 자리를 빼앗겼다. 군부 축출을 내건 양대 야당이 60% 가까운 하원 의석을 차지한 것이다.
반면 육군참모총장 출신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창당한 룸타이상찻당(UTN)은 36석에 그치는 등 군부 계열의 정당은 모두 80석에 못 미쳤다. 무능한 군부에 대한 철저한 심판, 신뢰 잃은 왕실에 대한 깊은 회의, 나아가 탁신 가문의 포퓰리즘에 대한 실망까지 태국 민심의 현주소를 보여준 결과였다.
피타는 15일 트위터에 “여러분이 동의하든 안 하든, 제게 투표했든 안 했든 저는 여러분의 총리가 돼 봉사할 것”이라고 썼다. 하지만 그가 총리에 오르기는 쉽지 않다.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의 2017년 헌법 개정으로 총리 선출에는 하원 500명 외에 군부가 임명한 거수기 상원 250명도 참여한다. 상하원 합동 투표에서 과반인 376석 이상을 얻어야 하지만 전진당과 프아타이당 두 야당만으론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군부 주도 연립정부에 참여했던 품짜이타이당 등 중도 정당을 끌어와야 한다. 당장 군주제 개혁에 대한 다른 정당들의 경계심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전진당의 최대 숙제가 됐다.
동아일보 5월 16일 자 이철희 논설위원 칼럼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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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최근 치러진 태국의 총선 결과를 통해, 국민들이 태국 왕실에 대한 실망이 컸다는 것을 알 수 있어.
② 품짜이타이당은 태국 왕실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겠군.
③ 외신들은 전진당이 제1당을 차지한 것은 태국 왕실의 전통을 거스르는 일이라며 비판하고 있어.
① 중도 정당을 설득해 투표에서 과반 이상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② 군주제 개혁에 경계심을 보이고 있는 다른 정당들에 그 필요성을 알려야 한다.
③ 룸타이상찻당 등 군부 계열 정당들을 적으로 여기고 갈등을 심화해야 한다.
김재성 동아이지에듀 기자 kimjs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