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중국 고전에 ‘민이식위천(民以食爲天)’이란 말이 있다. 백성은 먹는 걸 하늘로 여긴다는 의미다. 식량안보가 화두인 시대에 주무 장관으로서 가슴 깊이 와닿는 말이다. 작년 말, 기니의 수도 코나크리에서도 1시간 30분 이상 달려가야 하는 외진 시골 마을의 학교를 방문했다. 그곳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주는 한 끼의 급식을 먹기 위해 몇 시간씩 걸어서 등교하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남아서 문제인 쌀밥 한 그릇이 그 아이들에게는 하늘인 것이다. 돌아서 나오려는 나에게 한국어로 “고맙습니다”라고 외친 아이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19∼21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됐다. G7과 초청국이 함께한 첫 번째 확대 세션의 주제 중 하나는 식량이었다. 2030년까지 기아를 종식한다는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에도 불구하고 현재 전 세계 기아 인구는 약 8억 명에 달한다.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글로벌 식량안보 강화가 시급하다.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식량안보에 기여할 과감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먼저, 내년부터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인도적 쌀 지원 규모를 올해 두 배 수준인 10만 t으로 대폭 확대한다.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예멘, 에티오피아 등 식량 위기국의 난민과 이주민 등 300만∼400만 명에게 매년 5만 t의 쌀을 지원해 왔고, 수혜자들도 만족스러워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쌀 원조 확대 발표 직후, 신디 매케인 WFP 사무총장은 “대한민국은 한 세대 만에 선진국이 되어 전 세계에 큰 도움을 주는 든든한 공여국이 됐다”는 환영 성명을 냈다.
셋째, 장기적으로는 K-라이스벨트(한국형 쌀 생산벨트) 구축 사업을 통해 아프리카 7개 빈곤국에 쌀 생산을 지원한다. 다수확 품종 생산 및 보급과 함께 관개시설 구축, 농기계 보급 등을 통해 우리나라의 쌀 자급 경험과 혁신기술을 함께 공유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수년 내 3000만 명의 기아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은 ‘회복력 있는 글로벌 식량안보에 관한 행동 성명’을 채택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를 이끄는 G7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글로벌 식량안보 강화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앞으로도 책임감 있는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쌀 원조와 기술, 지식 전수 등을 통해 국격을 높이고 농산업 분야 수출 등 국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