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경제사령탑들 한자리 모여 정부-정치권에 쓴소리 쏟아내 “재정 건전성 확보해야” 지적도
강경식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이 25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60주년 기념’ 국제콘퍼런스에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강 전 부총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실시한 8·3 긴급금융조치에 대해 설명하며 1972년 8월 3일자 본보 1면을 자료로 소개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최우선 개혁 대상은 정치다. 전기·가스 요금을 여당 대표와 함께 발표하는 나라가 어디 있나.”(진념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포퓰리즘에 입각한 정책, 재정은 마르지 않은 샘물인 것처럼 생각하는 주장들이 정치권 일각에서 많이 제기되고 있다.”(장병완 전 기획예산처 장관)
전직 경제부총리 등 역대 경제사령탑들이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25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한국 경제의 오늘과 내일’을 주제로 열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60주년 기념 콘퍼런스’에서다.
이들은 한국 경제의 시급한 과제로 경제 구조 개혁을 꼽았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사람, 돈, 기술 등 생산요소 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선진국 치고 구조적인 병에 안 걸린 나라가 없는데,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나라는 선진국으로 남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윤철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그간 우리가 국가 주도 개발 전략을 써왔는데, 이 타성이 아직 남아 있다”며 “이걸 극복하고 블루오션을 빨리 찾아야 한다”고 했다.
재정 건전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장 전 장관은 “조삼모사처럼 저녁에 먹을 걸 낮에 당겨 먹는 건 국민의 눈을 속이는 일”이라며 정치권의 재정 포퓰리즘을 비판했다. 진 전 부총리는 “정치권에서 건전재정 원칙에 대한 합의는 제쳐 두고 예비타당성 조사 기준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런 정신으로는 재정건전성이 확보가 안 된다”고 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개회사에서 “수출·투자 부진에 따른 국내 경기 둔화가 지속되고 있고 국가채무의 빠른 증가로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한국 경제의 위험요인을 언급했다. 추 부총리는 “경제 생산성 제고와 근본적 체질 개선을 위해 구조개혁을 실시하고, 재정준칙 법제화 등을 통해 건전재정 기조를 확립시키겠다”고 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