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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칩스법은 제 발등 찍기” 美 반도체 기업 CEO의 작심 비판

입력 | 2023-05-26 00:00:00


미국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로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손이 뒤로 묶여 버렸다”며 “반도체지원법이 제 발등을 찍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반도체 업계 시가총액 1위 기업 대표가 공개적으로 자국의 정책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대만계인 황 CEO는 중국 시장에 대해 “대체 불가능” “중국은 하나뿐” “대안이 없다” 등 반복적으로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기술기업 시장의 3분의 1인 중국을 잃으면 우리는 (텅 빈) 공장에서 헤엄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중국 스스로 반도체 기술 개발에 나서게 될 것이라며 “미국은 규제에 신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칩의 수요 폭발로 호실적을 이어가는데도 작심 비판을 내놨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중 수출을 통제하고, 보조금을 받는 기업의 중국 내 신규 투자 확대를 제한하며 견제 장벽을 높여왔다. 이런 가드레일 조항이 담긴 반도체법이 글로벌 공급망 구축과 반도체 기업 육성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황 CEO의 발언은 이 법이 미국 기업의 발목부터 잡는 족쇄가 되고 있음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인텔도 지난달 중국에 새 사무실을 열면서 협력 의지를 밝혔다. 정부 정책과 엇나가는 듯한 미국 기업들의 경영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의 우려와 비판 속에도 미중 간 ‘반도체 전쟁’은 상호 보복의 격화일로다. 미국은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에 대해 동맹국가들과의 공동전선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마이크 갤러거 하원 미중 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한국을 콕 집어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대체하지 말라”고 했다. 반도체법의 세부규정 완화 요구에는 꿈쩍도 않던 의회가 자국 기업의 손해 가능성이 커지자 동맹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미국은 이런 대응이 우호적인 국가들과의 ‘반도체 동맹’까지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에 한 번 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미국의 핵심 기업조차 부담을 느끼는 대중 규제가 한국 기업에 미치는 여파는 더 클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는 한미 양국 기업들의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바탕으로 대중 정책에 있어 상호 윈윈할 최적점을 찾기 위한 미국과의 협상에 더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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